[클릭!핫이슈] 소비ㆍ투자ㆍ실적등 탄탄 상승세 쉽게 안 꺽일듯

미국경제의 고성장은 계속될 수 있을까. 미국의 경제분석국은 지난 10월30일(현지시간) 3ㆍ4분기 경제성장률을 7.2%로 발표했다. 이는 지난 84년 1ㆍ4분기(9.0%)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예상 밖의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과거의 경제성장보다는 향후의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이 보인 이런 회의적인 태도의 이면에는 `2002년 봄`의 아픈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애국적 소비`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강한 상승을 지속하던 미국경제가 2002년 봄을 고비로 힘없이 무너졌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 많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번 경기도 2002년과 같은 단명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의문을 풀어보기 위해 3ㆍ4분기 고성장의 원인부터 살펴봐야 한다. 3ㆍ4분기 고성장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저금리와 감세효과에 힘입어 자동차를 비롯한 내구재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있다. 내구소비재 판매는 2ㆍ4분기 24.3% 증가한데 이어 3ㆍ4분기에도 무려 26.9%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영향에 민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8%로 상승해 역사상 최고 수준을 지속했으며, 전체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4.7%포인트에 이르렀다. 고성장의 두번째 원인은 기업 고정투자가 회복된 데 있다. 그 동안 불황의 주범 역할을 했던 기업 설비투자가 전분기에 비해 무려 11.1% 증가했으며, 특히 소프트웨어부문에 대한 투자는 15.4% 증가해 상반기 침체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밖에 주택투자가 20.4%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해 고정투자(설비+주택투자)의 성장기여도는 2.0%포인트에 달했다. 이상과 같은 고성장은 지난 2002년 봄의 반짝 경기와 일견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두 가지가 결정적으로 차이가 난다. 우선 당시 경기는 9ㆍ11 테러 사태 이후 실시된 경기부양정책의 효과에 애국심이 결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노동시장의 회복이 뒷받침 되지 않은 사상누각이었다. 이에 비해 최근 미국경제 상황은 노동시장의 회복이 뒷받침된다. 사람들은 애국심만 가지고 물건을 구입할 수 없으며, 결국은 미래 자신의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어야만 적극적인 소비에 나서게 된다. 특히 고용소득의 증가에 대한 기대는 소비의 지속성을 결정짓는 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최근 주간 신규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4주 연속 40만 명을 밑돈 데 이어,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 5개월 간의 하락세에서 벗어나 상승한 것은 `소비 붐`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신뢰를 높이는 요인이다. 두번째 차이점은 `기업실적`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3ㆍ4분기 실적 발표는 대단히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이상 증가한 기업실적이 발표됨에 따라 설비투자의 지속성에 상당한 기반이 생긴 것이다. 이에 반해 2002년초 대부분 기업들의 기업실적은 감소세를 보였으며, 엔론과 월드콤 등 주요 대기업의 회계부정사건으로 기업신뢰가 크게 떨어졌었다. 따라서 일부 초우량 기업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설비투자에 참여할 의욕을 내기 어려웠으며, 설비투자의 지속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상의 분석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번 미국경제의 상승세는 어느 정도 `지속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물론 ▲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 위험 ▲너무 낮은 저축률 ▲소비자 부채의 급격한 증대 등 경기회복의 불안 요인이 여전한 게 사실이다. 만에 하나 전격적인 금리인상이 단행되며, 채권금리가 급등할 경우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밝혔듯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상당기간 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천명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미 재무부가 발표한 반기 외환정책 보고서를 통해 `유연한` 환율정책을 동아시아 국가에 요구, 당분간 달러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저금리 및 달러약세의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지난 2002년 봄과 같은 급격한 위축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홍춘욱(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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