入閣보다 어려운 집구하기

노무현 대통령의 첫 내각이 구성되면서 많은 뒷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학력파괴뿐만 아니라 사법 및 행정고시의 서열파괴 등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렇지만 더욱 더 관심을 끈 것은 지방출신 장관들이 집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소재 주택을 팔아도 서울에서 전세금조차 마련할 수 없어 친구나 친척, 심지어는 아들의 원룸을 같이 사용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도시의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300만~500만원에 불과한 데 비해 서울에서는 웬만하면 1,000만원을 넘어서고 서초구 방배동은 무려 1,600만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전세금이 싼 강북지역조차도 33평형 기준으로 1억2,000만원을 훌쩍 넘고 있어 지방출신 인사들의 “집 구하기가 장관되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과 지방간 경제력 차이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이를 위해 지방도시를 육성해야 한다는 명제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되고 있다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난 60년대 이후 압축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단기간에 급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치ㆍ경제ㆍ금융 등 국가 인프라를 근거리에서 수직계열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육박하고 세계12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상황에서 수도권 집중이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 20조원을 넘어선다는 점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더군다나 지방도시의 공동화 등으로 발생하는 국토 비효율성을 감안하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다. 국가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1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에서 지방도시의 육성은 21세기 생존의 조건이자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필수사항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지방분권화를 통해 지역 불균형발전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약속이 대통령 선거 때의 선거용이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비전 있는 공약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정배(건설부동산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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