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대책 그대로 시설기준등 정비해야시간당 100㎜에 달하는 게릴라성 호우, 30㎝가 넘는 폭설, 40여년만의 가뭄.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날씨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며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내고 있어 정부의 '방재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의 방재대책은 '사후약방문'식으로 근본대책은 소홀히 한 채 공무원을 동원 하거나 재해가 발생한 뒤 복구 하는 등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용승 한중대기과학연구소장(한국교원대 교수)는 "이미 우리나라의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변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치수대책이나 토목ㆍ건축 설계 등 대도시 도시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 어떻게 변했나=우리나라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변화중 이거나 이미 변했다는 기후변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여름철 장마의 패턴변화다. 기존의 우리나라 장마는 1달정도 지속적으로 내리는 편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 열대지방에서 나타나는 집중호우로 변하면서 강수량도 급증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90년 초반 500~600㎜에 달했던 여름철 강수량이 95년 786㎜로 급증하더니 지난해는 967㎜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98년에는 1,700㎜로 기상청 관측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연중 기온도 높아지고 있다. 정용승 한중대기과학연구소장(한국교원대 교수)에 따르면 30년간 우리나라 평균기온이 0.96도 증가했으며 겨울철(12ㆍ1ㆍ2월) 월 평균기온이 최근 10여년간 영하 3도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30여년전에 비해 연 평균기온이 0.96도 증가했다.
◇변하는 기후 제자리걸음 재해대책=이달 중순 시간당 1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서울은 28명이 사망하고 7만5,000가구가 침수돼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당했다.
서울시 등 관계 당국은 한꺼번에 쏟아진 게릴라성 폭우로 '어쩔 수 없는 천재'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를 내다보고 치수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책임을 벗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여름철 집중호우나 장마철을 대비해 서울시 시내 곳곳에 설치한 배수펌프장은 현재 시간당 최고 74㎜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이 기준은 환경부 하수처리기준에 따라 지난 80년대 초반에 세운 72㎜에서 90년대초 변경한 것이다.
당시 서울시의 여름철 강수량은 550㎜내외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서울의 여름철 강수량은 이미 960㎜를 초과해 당시의 2배에 육박했다.
올해의 경우도 지난 14일~15일 집중호우때 시간당 97㎜가 쏟아진 것을 볼 때 실제 처리용량이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배수펌프시설기준은 1㎜만 높여도 많은 재정 부담이 막대하지만 전반적인 치수에 대한 점검을 다시 해 재난방재계획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한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