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어 불황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 전망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상황, 생활형편 등에 대한 평가인 소비자 평가지수가 59.9로 나타나 지난 1998년 11월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평가지수가 100아래로 내려가면 현재의 경기, 생활형편 등이 6개월전보다 더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소비자 평가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동안 100을 밑돌고 있는 가운데 금년 3월이후에는 60선에서 유지되다 9월에는 50선으로 떨어진 것이다. 앞으로 6개월후의 경기ㆍ생활형편ㆍ소비지출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도 90.4에 그쳐 4년 11개월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앞으로 6개월후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소비자지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은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당분간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그런대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부문을 제외하고 내수 의존도가 높은 부문 일수록 체감경기는 더욱 나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경기를 떠 받치고 있는 수출부문도 환율상승으로 채산성이 떨어지고 출혈수출이 늘고 있어 앞으로 체감경기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처럼 체감경기 악화가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장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전반적인 경기상황을 재점검하고 경기회복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재정지출을 늘려서라도 경기 하락을 방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자금흐름의 왜곡등에 비추어 전통적인 경기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환경개선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시키면서 막대한 시중의 부동자금을 증시로 유입해 생산자금화하는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강도높은 부동산투기대책으로 시중의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현상은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으므로 지금부터는 시중자금을 기업의 투자재원으로 활용되는 길을 터야 한다. 최근의 경기악화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기업의 투자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시중의 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지 않고 부동산을 중심으로 머니게임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가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