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은 "팔짱만…"

세계각국이 "급성장 이슬람시장 잡자" 뛰는데
전문가들 "진출 확대방안 마련 시급"


고유가로 풍부해진 이슬람 오일머니 시장에 미국ㆍ영국ㆍ일본은 물론 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도 뛰어들고 있는데 한국 금융권만 뒤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권의 이슬람 금융권에로의 진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재무성 산하 국제협력은행을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3억~5억달러 규모의 이슬람채권(수쿠크)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 국제협력은행은 이슬람 율법학자 4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설치해 이슬람 금융 진출을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 미쓰비시도쿄UFJ은행도 10월 초 말레이시아 최대 투자은행인 ‘CIMB’와 업무 제휴를 맺고 투자은행 업무 및 수쿠크 발행 등 이슬람 금융업무에 진출하기로 했다. 장미화 신한 FSB연구소 과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가 이슬람 금융을 활용, 오일머니를 끌어들이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런던을 이슬람 금융의 유럽 거점으로 키운다는 전략에 따라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적합한 예금과 대출을 허용하는 개혁을 단행했으며 HSBC와 로이즈TSBㆍ스탠다드차타드 등 영국계 은행들도 이슬람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이슬람 금융 유치를 위한 금융규제 및 세제 개편에 나섰고 회교국인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에 약 135억달러의 자금을 투자할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슬람 금융권 참여의 움직임이 미미한 상황이다. 국내 D증권사 런던지사에 근무하는 한 임원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이슬람 금융 확대에 박차를 가하지만 한국 정부나 금융권의 움직임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는 이슬람 금융에는 회교율법이 적용되므로 법률 컨설팅에 따른 비용이 들고, 율법 해석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달라 외국계 금융기관으로서는 접근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 같은 제한적인 요소들도 최근 개선되는 분위기다. 런던에 본부를 둔 이슬람금융위원회는 컨설팅사인 매킨지와 공동으로 이슬람 금융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유광훈 수출입은행 중동담당 연구원은 “이슬람 금융의 규제적 요소가 개선되고 있어 국제 금융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금융권의 관심과 참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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