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부터 대형할인점이나 해외에서 구입한 휴대폰도 유심칩(USIM·가입자 식별카드)만 꽂으면 이동통신사에 등록하지 않고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1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소비자의 단말기 선택권을 넓힐 수 있도록 이른바 블랙리스트 제도를 내년 5월 시행한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는 분실·도난등 신고된 휴대전화만 이통사가 통신을 차단하고 일반 휴대폰은 소비자의 선택, 판단에 맡기는 ‘개방형 IMEI(단말기 국제고유 식별번호)관리제’다. 미국·유럽·남미등이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통사가 제조사 단말기를 받아 IMEI를 시스템에 등록시키고 이 등록된 단말기만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폐쇄형(화이트 리스트 제도)을 고수해왔다. 블랙리스트 필요성은 지난 4월부터 공론화됐다. 그동안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길 것을 염려한 이통사들이 도입에 소극적이었지만 결국 내년 4월까지 전산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27억원, 7억원을 들여 시스템을 바꾸지만 LG유플러스는 2G(2세대)사업자인데다 4G 롱텀에볼루션(LTE)도 음성은 2G가 적용된 단말기만 서비스해 향후 점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내년 5월이후 이용자가 휴대폰의 IMEI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단말기 외부에 IMEI가 표시된 제품들이 출시돼 블랙리스트 적용을 받는다. 이통사 대리점 이외 할인점등에서 구입한 단말기도 분실·도난에 대비해 사용자가 희망하면 이통사에 따로 IMEI를 등록할 수 있다. 원래 블랙리스트 제도는 사용자가 IMEI를 스스로 관리해야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이 식별번호 등 관리에 소홀한 점을 감안해 기존 화이트리스트를 가미한 형태다. 최성호 방통위 과장은 “분실·도난 등 신고된 단말기의 불법사용을 효과적으로 막기위해 신고된 IMEI 정보를 공유하는 통합관리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부가서비스중 사진등을 보낼 수 있는 MMS(멀리미디어 메시징서비스)는 이통사간 단말기를 바꾸면 호환이 안되지만 제도도입을 위해 이통사의 MMS규격을 국제표준인 OMA(개방형 모바일 표준화기구)로 단일화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이통사와 협의해 다른 유통점에서 구입한 단말기도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하기로 했다. 블랙리스트가 본격화되면 현재 제조사-이통사의 폐쇄적 유통구조에서 제조사 직영, 대형 할인점, 온라인판매, 편의점 등으로 유통망이 다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단말기 가격경쟁이 나타나고 휴대폰 가격도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동안 이통사가 지원하는 재고·중고 단말기만 팔 수 있었던 이통재판매(MVNO)사업자들은 다양한 단말기 수급이 가능해져 저가형 이통서비스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블랙리스트가 도입되더라도 이통사가 직접 판매한 단말기와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구입한 단말기의 서비스 수준을 차별화할 가능성이 높아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약정 할인혜택을 주는 요금제가 확산돼 있어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 이통사들이 대리점에서 구매한 가입자들에게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