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심는 한국기업의 혼(삼성편)] 3. `신경영 2기` 핵심기반

삼성의 중국 사업은 그룹의 승부수이자, 이건희 회장이 주창하는 `신경영` 2기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 회장이 최근 “중국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백전백패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중국 현지에서 경쟁 우위를 확대할 수 있는 사업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다시 세우라”고 특명을 내린 것은 중국사업이 삼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회장이 주문하는 삼성의 중국사업은 `단순한 생산기지`로서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해외시장`으로 육성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연구개발(R&D) ▲구매 ▲생산 ▲마케팅 ▲서비스 등 경영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중국에서 완성하는 `현지완결형 기업`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 회장이 “중국시장을 단순히 인건비가 싼 시장으로만 인식해선 안 된다”며 “이렇게 생각하는 한 중국과의 경쟁에서 모두 질 수 밖에 없고,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다 뺏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국이 미국에 이어 제2의 완전 경쟁시장이 될 것이란 점을 직시하고, 이에 대비한 진출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중국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고 밝혔다. 삼성의 미래전략에는 현재 우위를 지니고 있는 전자관련 사업뿐 아니라 그룹의 주력 사업인 금융업의 진출도 적극 모색한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 전자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금융시장 개방속도에 맞춰 보험ㆍ증권시장에 진출, 중국을 `제2의 캐시카우(Cashcow)`로 키우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이 같은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일류화를 위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할 예정이다. 고급화ㆍ차별화를 통한 브랜드 중심의 전략을 더욱 강도 높게 구사해 `디지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중국인들의 마음 깊숙이 심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CDMA(다중코드접속방식) 휴대폰, 통신장비를 주축으로 한 이동통신 제품 ▲컴퓨터가 중심이 된 IT(정보통신)제품 ▲프로젝션TV,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영상음향기기 가 주축이 된 디지털미디어 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짰다. 반도체 분야의 전략은 더욱 공격적이다. 다른 분야보다 느긋하게 대응하며 칩 디자인, 조립 임가공 위주로 사업을 했던 삼성이 중국을 `제2의 반도체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쑤저우에 반도체연구소 세운 것을 시작으로 패키지, 메모리, LCD 관련 연구소를 잇달아 설립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에 메모리와 비메모리반도체,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 부문별 R&D 센터를 설립해 운영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며 “중국내 연구센터는 세계 최고 수준인 기흥공장의 R&D 집적시설과 버금가는 센터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전자부문 중국 매출을 2005년까지 매년 20% 이상 신장시키고, 현재 100억 달러인 브랜드 가치도 150억 달러로 높여 `중국내 톱 5 전자메이커`로 부상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삼성은 이를 위해 중국에 ▲연구소 ▲반도체 및 LCD공장 ▲판매법인 등 중국시장 대응을 위한 3대 핵심 축을 구축했다. 특히 상하이 판매법인의 마케팅 및 영업력 강화를 위해 총 25명의 중국전문인력을 배치한데 이어 마케팅 거점의 다변화를 위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현지 대리점 체제를 확충할 계획이다. 1,000명 수준인 반도체 현지인력도 2006년에는 4,500명선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은 또 우수인력 확보와 현지 R&D체제 구축을 위해 중국 핵심 대학과 연계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상현 중국 전자총괄대표는 “R&D 현지인력 확보를 통해 휴대폰, 평면모니터, 노트북 PC, 레이저 프린터 등 고급 고가제품이 이룩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고수하면서 모니터, 프로젝션 TV, MP3 플레이어, 고급형 팩시밀리 등 점유율 1위 품목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급ㆍ차별화와 함께 삼성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마래 사업에 대응한 사업인프라를 만든 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또 “현지 완결형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물류 및 서비스 혁신체제를 구축하고, 연구개발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이형도 삼성중국본사 부회장 "첨단기술 바탕 질로 승부 `삼성최고` 이미지 심을것"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삼성의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제품력을 키우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주력해 중국인들에게 `삼성이 최고`라는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심어 주겠습니다.” 이형도 삼성 중국본사 부회장은 “삼성이 중국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사업목표는 중국기업으로서의 체제를 갖춰 중국에 `제2의 삼성`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삼성의 핵심 역량인 기술력과 마케팅을 강점으로 활용해 소비자가 만족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소비자 만족`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 이유는 뭘까. 삼성이 지금까지 중국에서 이룩한 성과가 고급ㆍ차별화 전략으로 `최고`를 지향하면서,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1등 제품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은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고, 시장이 넓다는 것을 감안해 지역ㆍ계층별로 나눠 차별화 된 마케팅을 전개한 것이 주효 했다”며 “앞으로도 고급ㆍ차별화 전략을 더욱 강도 높게 구사해 삼성의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를 위해 “기본 기술은 한국에 의존하겠지만 중국 시장에 내놓은 제품에 대한 설계 및 R&D, 마케팅은 중국 실정에 맞도록 현지에서 한다는 구상아래 이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수한 현지인력 양성과 활용이 장수하는 비결이 될 것”이라며 “중국 유명대학과의 산학협동 등을 통해 우수인력을 유치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중국에서는 모든 계열사가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사업을 하기 때문에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각 계열사의 가치를 올리는 결정적인 요인이다”며 “삼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기업문화를 공유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 있도록 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삼성의 핵심사업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은 “전자와 금융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특히 금융 사업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삼성은 금융부문에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는데 지장이 없다”며 “중국의 금융시장은 현재 낙후돼 있지만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중국의 시장개방 일정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최근 금융사업 본격화를 위한 발걸음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상하이에서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했고, 삼성생명은 합작회사 설립을 위해 베이징에 사무소를 두고 현재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상하이 사무소를 개설, 시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는 또 “앞으로 5년 후에는 건설, 화학, 중공업은 물론 삼성SDS의 시스템 사업을 필두로 한 서비스사업도 본궤도에 올라 있을 것”며 “이 사업도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다른 기업에 대해서는 “모두가 성공을 거두었으면 좋겠다”면서 “만약 만만히 보고 진출한다면 큰 어려움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이 있어야 하고, 중국 진출 전에 사전준비를 많이 하면 할 수록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의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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