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외화자금시장의 주변 여건들이 급속도로 호전되면서 원ㆍ달러 환율 역시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이달 초 장중 한때 1,600원을 바라보던 원ㆍ달러 환율은 월말 들어 1,3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며 ‘3월 위기설’은 ‘설’에 그치는 분위기다. 앞으로 시장 수급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환율이 오를 수는 있지만 적어도 ‘외화자금시장 위기설’이 재연될 만한 펀더멘털 약화 조짐은 제기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570원30전(종가 기준)을 정점으로 꾸준히 내리면서 27일에는 1,349원으로 마감했다. 3월 무역수지가 40억달러 안팎의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하고 올 한해 300억달러 흑자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외환시장에 훈풍을 가져다줬다. 외국인의 자금 이탈 가능성도 약화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히면서 환율 하향에 일조하고 있다. 주이환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 아래로 하락한 것은 외화유동성 위기설이 기우로 판명난 결과”라며 “단기외채 상환문제가 해결 양상을 보이고 있고 경상수지 대폭 흑자도 유력해 환율이 1,200원 안팎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500억달러에 달하는 단기외채는 여전히 부담이지만 이중 상당액이 헤지용이고 한미ㆍ한일 통화스와프 등을 감안하면 ‘위기설’을 불러일으킬 만한 리스크는 많이 사라졌다. 지난해 9월과 올 3월 외국인 보유 채권이 대거 만기가 도래했지만 상환 조짐은 딱히 나타나지 않았고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채권과 주식을 매수하려는 조짐까지 나타내고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ㆍ금융경제 연구부장은 “위기설은 과거에도 제기돼왔지만 별 문제가 없었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는 만큼 외환시장과 외채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 상황을 마냥 낙관적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 환율이 안정된다고 본다면 이젠 무역수지를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수지 흑자 역시 시각을 바꾸면 그대로 우리 경제에 짐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 고환율에 따른 상대적인 가격경쟁력으로 수출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 정반대의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경제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그동안의 엔고 현상에도 변화가 오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최근 환율 상승으로 우리 제품이 주요 경쟁국인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향상됐다”며 “이번 기회를 한국 제품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국내 기업들이 환율 효과로 본 이익을 투자로 연결했는지는 차근차근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지금은 고환율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며 자체적으로 연평균 환율을 1,100원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기업들이 이젠 저환율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