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선정 선진국은 이렇게

KBS 1TV `환경스페셜(매주 수요일 오후10시)`이 2부작에 결쳐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에 관한 프로그램을 마련, 3일 1부 `세계의 고민, 최선의 부지를 찾아라`편을 방송한다. 전북 부안의 사례에 보듯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선정 문제는 선진국에서도 큰 고민거리. 선진국의 핵 처리시설 운용 과정과 이의 교훈으로부터 `타산지석`을 찾자는 게 프로그램의 목표다. 전력의 76%를 원자력에 의존하는 프랑스. 방사성 폐기물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던 70년대에 이미 누출 사고를 겪었고, 초기 시설이었던 라아그 지역 하천에서는 아직도 삼중수소가 검출된다. 이후 처분 기술이 개선되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처분 실험을 위한 연구소 건립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지 선정의 어려움은 미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20년 간 추진해온 `유카 마운틴 프로젝트`는 네바다 주민의 80%가 반발하고 주정부가 연방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통에 현재까지도 답보 상태. 타이완의 사례는 은근 슬쩍 추진된 방사성 폐기물 시설이 결국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게 됨을 적절히 시사한다. 타이완 정부는 지난 81년 외딴 섬 란위에 통조림 공장을 빙자해 폐기물 임시저장 시설을 만들었다. 이후 란위섬에서 암과 백혈병 발병이 잇따랐고, 진실이 밝혀진 이래 대만 어느 지역에서도 폐기물 처분이 힘들어졌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영국의 경험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영국 북부 셀라필드는 1940년대 부터 핵연료를 재처리해 왔던 곳. 하지만 지난 92년 셀라필드에 또 다른 처분장 부지가 예정되면서 마찰을 불거졌다. 주민들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계산 하에 정부가 기존 고려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이 지역을 부지로 낙점한 것. 결국 영국 정부는 지난 97년 모든 계획을 전면 취소했고 현재 범 국민적인 핵 사후처리 기구 등을 마련, 2006년까지 폐기물 처리를 위한 `로드 맵`을 새로 짜고 있다. <강창현기자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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