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경제 불신 깊어간다

수출, 이상기류 확산…소비마저 경고음
경기회복 체감도 하기전 하강징후 짙어


환율 절상 등으로 수출전선에 이상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를 지탱해줄 소비가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6개월 후의 경기ㆍ생활형편 등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3개월째 하락, 기준선이 100선 아래로 뚫고 내려갈 조짐이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ㆍ생활형편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평가지수도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반전, 경기하강 징후가 점차 농후해지고 있다. 소비지표만 놓고 보면 국민들은 따스한 봄(경기회복) 기운을 만끽하기도 전에 다가올 겨울(경기하강)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체감경기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기가 꺾이게 되면 경제주체(가계ㆍ기업)들은 더 이상 경제를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경제의 안정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경기회복 국면에서는 가계ㆍ기업들의 소비ㆍ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그 기간이 오래 못 갈 것’이라는 불신이 확산되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 현상이 고착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에 이어 소비마저 위태=환율 하락,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순수출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대한 기여도는 지난해 4ㆍ4분기 1.1%포인트에서 올 1ㆍ4분기 -0.1%포인트로 추락했다.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대외교역이 늘어나면 오히려 경제성장을 갉아먹는 기형적인 구조가 된 것이다. 남은 것은 소비와 투자. 이런 가운데 소비에서 경고음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4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알 수 있듯이 지금 소비심리는 아주 엉망이다. 소비자기대지수는 100.6으로 전월의 103.4보다 2.8포인트 급락했고 계절조정 기대지수는 96.6으로 이미 1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소득계층별로 보면 월소득 100만원 미만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의 기대지수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고 연령별로도 2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가운데 돈이 해외로 빠지면서 국내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는 소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산품 애용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위기감을 피력했다. ◇가계ㆍ기업, 경기회복도 못 느끼고=소비와 더불어 경제 버팀목인 투자마저 짧은 시일 안에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제조업 파트에서는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다”며 “문제는 비 제조업에서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ㆍ교육 등 비제조업의 경우 투자 증가세가 이른 시일 안에 나타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 설비투자 증가율을 보면 제조업은 지난 2001년 -12%(전년 대비)에서 2002년 5%, 2003년 3%, 2004년 11% 등으로 신장세가 뚜렷하다. 이에 비해 비제조업은 2001년 4%, 2002년 5%, 2003년 3%에서 2004년에는 -1% 등으로 역주행을 하고 있다. 배 연구위원은 “경기확장 국면이 짧아지면서 가계ㆍ기업은 경기회복도 체감하지 못하면서 경기가 하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에 대한 신뢰도 역시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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