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으로 민심잡기 나선 태국 군부

월드컵 전경기 무료방송 등 반대여론 무마 노려

지난달 22일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태국 군부가 최근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월드컵 무료방송, 쌀 수매대금 미지급액 제공 등 인기영합적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태국 군정당국인 국민평화질서회의(NCPO)는 11일(현지시간) 국가방송통신위원회(NBTC)에 월드컵 전 경기를 태국 전역에 무료로 방송해 전 국민이 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NBTC 측은 월드컵 중계권자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전 경기를 무료 방송하기로 했다. 필요한 보상금은 7,000만밧(약 2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9위로 지금까지 한번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적이 없다. 하지만 태국에는 축구 애호가들이 많아 월드컵 경기 때 도박 열풍이 부는 등 전국이 축구 열기에 휩싸인다.

군부의 이 같은 조치는 쿠데타 이후 '국민에게 행복을 돌려준다'는 명목하에 나타나고 있는 인기영합적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NCPO는 정권 장악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시절 밀린 쌀 수매대금 550억밧(약 1조7,000억원)을 농민 8만여명에게 지급한 것이다. 또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을 동결했으며 소비자 생필품 205개에 대해서도 해당 기업들에 오는 11월까지 가격 올리지 말라고 요구했다. 군부는 이 외에도 올해 예산의 조속한 집행과 도로·철도 등 인프라 건설사업 추진 등 경기부양책도 잇따라 내놓았다.

군부의 행보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국민들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경기심리도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잉락 정부를 지지하던 농민 중 일부는 쌀값이 나오자 눈물을 흘리며 군부에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태국중앙은행(BOT)은 올 1·4분기(1∼3월)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경제가 3·4분기(7∼9월)에는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고가 쌀 수매, 저가 의료보험 등 과거 친탁신 정부의 정책이 연상된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쿠데타를 지지하는 기득권층은 과거 탁신에 대해 "국민의 세금으로 저소득층으로부터 표를 사고 있다"고 공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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