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퇴직을 앞둔 공무원 A씨는 지난 20일 경기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에서 면적 959㎡ 땅(田)을 2억2,000만원에 사들였다. A씨는 이곳에 전원주택을 지어 전원에서 노후를 보낸다는 계획이다. 그는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에 드나들기도 편리할 것 같다"며 "거주목적도 있지만 (고속도로 효과로) 땅값이 오르면 시세 차익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의 개통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기 양평ㆍ가평군과 강원 춘천시 등 이 도로 인근 부동산 시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이들 지역과 서울이 '30분 생활권'으로 좁혀지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주말 나들이족(族)을 노린 펜션 등 수익형부동산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강남 재건축 등 아파트 시장도 어느 정도 고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땅 투자에 대한 상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춘천 40분이면 OK=수도권 부동산시장의 판세를 바꿀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는 현대산업개발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민자고속도로다. 지난 2004년 8월 첫 삽을 떠 오는 8월 최종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서울춘천고속도로㈜가 개통 후 30년 간 운영권을 갖게 된다. 서울 강동구 하일동에서 강원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를 잇는 총 연장 61㎞의 도로로 현재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서울~춘천 간 이동 시간이 40분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선동ㆍ미사ㆍ덕소삼패ㆍ화도ㆍ서종ㆍ청평ㆍ강촌ㆍ남춘천ㆍ조양 등 총 7개의 IC가 설치된다. 최초 6,000원 선으로 책정돼 있던 통행요금은 국토부와 해당 지자체가 인하문제를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어 이용자들의 부담 역시 감소할 예정이다. ◇인터체인지(IC) 주변 토지 '1순위'=고속도로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 역시 기대감에 술렁이고 있다. 눈에 띄게 줄었던 해당 지역의 토지 매수 문의도 증가하는 추세다. 춘천 H공인 관계자는 "공사 결과가 눈에 보이면서 외지인의 투자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양평이나 가평에 비해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춘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종IC와 가까운 양평군 서종면의 경우 북한강에서 가까운 곳은 3.3㎡당 땅값이 지목에 관계없이 120만~250만원에 달하고 강에서 멀리 떨어진 곳도 3.3㎡당 80만~150만원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지만 강촌 IC와 인접한 춘천 남면은 3.3㎡당 시세가 30만~40만원 선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춘천부동산펀드공인의 이승섬사장은 "서울과 달리 춘천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경기침체에 이렇다 할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인식이 강했던 춘천이 코 앞으로 다가오게 돼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부동산은 주의해야=부동산 전문가들은 하지만 실물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당장 커다란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펜션 사업의 경우 총 투자비가 3억원이라고 할 때 연간 순수익이 1,800만~2,400만원(수익률 6~8%)은 돼야 적정 이익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지금은 3~4%의 수익을 거두는 곳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진명기 JMK플래닝 대표는 "개발 호재가 가시화되며 최근 분위기가 조금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당분간은 시장 분위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실전 경험 없이 무턱대고 투자에 나섰다간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공석 투모컨설팅 대표 역시 "땅 투자는 아파트 등 주택 투자보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훨씬 많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던 충청권 등 서해안 지역의 땅이 대거 매물로 나오는 점도 서울~춘천 고속도로 주변 토지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IC 주변 임야를 마구 쪼개 투자자를 유혹하는 '기획부동산'은 투자 주의 1순위다. 양평 소나무공인의 이진우 사장은 "외지 투자 업체의 그럴듯한 말만 듣고 투자에 나서면 낭패를 볼 수 있다"며 "꼼꼼한 현장 답사는 필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