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추워지고 몸은 움츠러들고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 실물경기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점점 더 꽁꽁 닫히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 신제품 개발이나 기존 제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눈이 번쩍 뜨일만한 상품을 내놓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세계적인 불황이라고 해도 소비 빙하기를 녹일 수 있는 상품은 시장에 등장하기 마련이다. 오히려 불황 속에서 얼어붙은 소비를 살려낸 히트상품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더 단단하게 자리를 굳히고 더 높은 곳에서 화려하게 빛난다. 2008년 서울경제가 선정한 베스트히트상품 목록을 살펴보면 불황 속에서 빛난 제품들의 공통 키워드가 있다. 불황 속에서도 어떤 마케팅과 상품 특성이 올해 잔뜩 움츠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게 됐는지 살펴보자. ◇친환경=환경 보호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불황에도 불구 친환경 제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발전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린 마케팅의 일환으로 저탄소 녹색통장을 내놓았다. 고객에게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판매수익금은 ‘맑은 서울 만들기’ 관련사업에 기부하는 이 상품은 출시 3개월여만에 9만4,705좌에 5,12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알엔비미라클이 선보인 필립스 전기스쿠터는 고유가시대 에너지 절약형 제품으로 각광받으며 시장기반을 넓히고 있다. 116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업체인 필립스는 국내에 30여 가지가 넘는 전기스쿠터와 전기자전거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하우젠 버블 세탁기는 옷감에 빠르게 침투하고 소멸되는 버블의 작용으로 세탁력과 헹굼력이 높아지면서 기존 드럼 세탁기의 절반 수준인 59분대의 초스피드 세탁시간을 실현, 에너지를 절약해준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올리브 리얼 스킨’은 주원료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 프랑스 유기농 인증기관의 에코서트(ECOCERT)의 인증을 획득했으며 환경보호를 위해 소비자 에코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예술적인 디자인=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까다로와지면서 독특하고 개성있는 디자인의 제품을 갈수록 선호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디자인 경영에 주력하라고 조언한다. 기아자동차 ‘쏘울’은 ‘젊은 감각의 신개념 크로스오버차량(CUV)’을 목표로 30개월의 연구 개발 기간동안 총 1,900억원을 투입한 ‘디자인 경영의 결정체’로 불릴 정도로 디자인에 신경쓴 제품이다.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은 이상민(유리조각가), 김지아나(공예 디자이너), 빈센트 반 고흐 등 예술 작가 6명의 작품을 적용했다. 실제 예술작품을 적용한 에어컨은 실내 공간의 인테리어 로도 활용할 수 있다. LG전자의 디오스 시리즈를 대표하는 명품 냉장고 ‘샤인’ 도 하상림 작가의 꽃 패턴을 초정밀가공 기술인 ‘포토 에칭’ 기법으로 냉장고에 적용했다. 잔디로의 임페리얼 하이컷 슈즈(High-cut Shoes)는 발목 부위까지 살짝 올라오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겨울철 골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디버전스형ㆍ실속형 제품=불황에는 불필요한 기능을 줄여 값을 낮춘 디버전스(divergence:컨버전스와 반대되는 뜻으로 본래의 기능에만 충실하자는 개념) 제품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는 경향이 뚜렷하다. 웅진코웨이의 싱글정수기는 기존 정수기 대비 절반 정도의 크기에 무전원 방식으로 설치 공간의 제약을 줄였으며 꼭 필요한 기능만으로 최소화해 가격을 기존 제품 대비 30~50% 가량 저렴하게 정했다. 현대 자동차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경유가 상승에 대응해 2.0 가솔린 엔진 모델에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상위 모델에만 적용됐던 외관 및 편의사양을 적용한 ‘투싼 워너비’ 모델을 출시했다. ‘투싼’ 기본형 모델에 고객 선호 사양들을 기본으로 장착했지만 가격은 준중형 승용차 수준에 맞춘 제품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올 5월 하루야채 컬러시리즈(레드, 옐로, 퍼플)를 새로 내놓았다. 컬러시리즈는 기존 하루야채 제품에서 용량을 150ml로 줄이고 가격도 500원 낮춘 실속형으로, 출시 6개월만에 판매량이 2배나 늘어났다. ◇장수상품=불황일수록 오랜 기간 믿고 사용해온 장수 브랜드에 손이 가기 마련이다. 이 같은 소비자 심리를 반영하듯 장수상품이 상당수 리스트에 올랐다. LG패션의 ‘마에스트로’는 올해로 23년이나 된 LG패션의 대표 신사복 브랜드다. 마에스트로는 제품의 무게 중심을 앞쪽으로 둬 착용감을 개선한 디자인 컨셉트인 ‘포워드 피치 시스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용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임페리얼’은 지난 1994년 국내 최초로 12년산 프리미엄 위스키의 첫선을 보인 이래 2003년에는 단일 브랜드로는 업계 최초로 100만 상자(500ml 18병 기준)를 돌파하는 등 국내 위스키 시장 장수 히트상품이다. 패션전문 쇼핑몰 두타는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패션 쇼핑몰 시장에서 2009년이면 10주년을 맞을 정도로 쇼핑몰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연평균 2,000만명, 외국인 관광객만 70만명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쇼핑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광동제약의 비타민 음료 ‘비타500’도 2001년 출시 이후 올연말까지 누적 판매량이 28억병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