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2월 11일] 마음만 급한 오바마


미국 정치권은 8,000억달러 안팎의 경기부양책을 놓고 막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민주당의 견해와 세금을 깎아줘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공화당의 주장이 맞서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경기부양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규모가 너무 커 낭비성 예산까지 끼어넣었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의회의 이런 논쟁을 지켜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속은 타 들어가고 있다. 오바마는 당선 직후부터 “단 1분도 허비할 수 없다”며 의회를 연일 압박해왔건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기법안이 상ㆍ하원 간 달라 양원의 법안 조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경기대책 시행이 다음달로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오바마는 TV 출연과 라디오 주례연설로는 성에 안찬 듯 지난 9일 인디애나주를 시작으로 12일까지 순회 타운홀 미팅으로 여론 몰이에 나섰다. 경기가 점점 악화하자 준비된 대통령 오바마가 조급증을 드러내고 있다. 신 뉴딜정책이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 수가 220만개로 출발, 300만개로 부풀려지더니만 400만개로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오바마는 당선인 시절 대통령 취임일인 1월20일 경기부양법안을 서명할 수 있도록 책상 위에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새 의회가 개원한 지 2주 만에 미 국민총생산(GDP)의 7%에 이르는 혈세 투입 권한을 뚝딱 처리해달라는 주문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설익은 정책이 불쑥 튀어나오고 인사 난맥상을 보인 것도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난과 개혁과제를 달성하려는 성급함과 초조함의 발로로 보인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인준 청문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대놓고 중국 때리기에 나서는가 하면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이 경기부양책이지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다“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무역전쟁이 나든 말든 경제정책의 목표인 미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라는 속내를 은연중에 드러낸 느낌이 든다. 톰 대슐 보건장관 내정자가 탈세의혹으로 낙마한 것도 의료 개혁이라는 목표를 위해 과정을 무시한 패착으로 앞서 두 사람의 실언과 오버랩된다. 공화당 탓에 경기부양이 지연되고 있다는 여론이 58%로 더 많지만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면서 경기부양 법안은 초당적이지 못하다는 공화당의 지적을 발목잡기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3,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월가에 쏟아 붓고도 미국인이 은행 돈 빌리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의 구제금융을 낭비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경기부양책은 서둘러 승인해달라는 것은 이율배반이기까지 하다. 세금이 경기를 제대로 부양할 수 있는지, 낭비성 예산은 없는지, 세계 각국과 갈등을 초래할 조항은 없는지 등을 의회가 충분히 검토하는 것은 경기부양법안 처리의 속도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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