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에 있는 KT 본사는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이면 건물 내의 모든 불빛이 일시에 꺼진다. KT가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해 이 날만큼은 집에 일찍 들어가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라는 회사의 방침 때문이다. 국내 최대 통신 그룹인 KT는 ‘가족친화’를 새로운 경영 이념으로 내걸고 살 맛나는 직장생활의 근본으로 삼고 있다. KT는 이를 위해 ▦육아 휴직제도 ▦보육시설 설치ㆍ운영 ▦탄력근무제도 실시 ▦가족 간호 휴가제 ▦가족자녀 지원 서비스 ▦부모 직장 체험 프로그램 ▦사원 가족 돕기 등 다양한 제도를 체계적으로 펼쳐가고 있다. 직원들의 가정 행복이 회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에너지 원으로 직결됨으로써 결국 일과 삶의 균형 있는 발전이 가능하다고 회사측이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KT의 현재 직원은 모두 3만8,000명. 여기에 가족 구성원까지 합치면 모두 15만 명에 이른다. 가족 규모도 크지만 회사 차원의 안정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신나는 직장생활의 기본이 된다는 게 KT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KT 직원의 경우 출산이나 육아 휴직을 이용한 1,100여명 가운데 다시 회사로 복귀한 비율이 99%에 이른다. KT의 잘 갖춰진 출산 및 육아제도가 애를 낳으면 회사를 그만 둬야 하는 국내 일반기업의 여성 직원들과는 상당한 대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 내 보육 및 수유실은 물론이고 여성 직원들이 육아 상담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리프레쉬 룸’을 올해부터 별도로 설치, 운영 중에 있다. KT는 이와 함께 7월과 8월의 경우 무더위로 인한 근로의욕 감소, 휴가로 인한 업무 집중도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조기 출ㆍ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사원이나 배우자의 생일, 결혼 기념일의 경우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하는 제도를 운영해 직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직원이 가족의 병간호를 위해 1년 이내 동안 휴직을 할 수도 있고 방학 중에는 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영어캠프’를 비롯해 ‘어학 아카데미’도 개최,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있다. 살맛 낫는 KT의 직장 프로그램 중 압권은 ‘라이프 플랜(Life Plan) 프로그램’. KT는 현재 재직자는 물론이고 퇴직 대상자의 구인, 취업, 창업 등을 돕기 위한 라이프 플랜 프로그램을 운영해 직원들이 인생 설계를 돕고 있다. 또한 KT 직원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금융자산투자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재테크에 대한 풍부한 정보도 제공받고 있다. 육아·보육제도 체계적 여직원 근속연수 최상위
KT의 가족친화 경영 방침은 여성 직원들이 일반 기업에 비해 오랫동안 회사를 다니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KT는 국내에서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기업 가운데 여성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15.4년으로 최고다. 국내 여성 근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은행 등 금융업종보다 오히려 근속 연수가 높은 셈이다. 이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육아 및 보육제도가 그 만큼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KT는 전체 직원 3만8,000명 가운데 여성 직원이 5,700명에 이르고 있으며, 해마다 여성 직원의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육아 휴직자들의 경우 가정에서 직무분야 등 자기계발 과정을 수강할 수 있도록 'e러닝' 과정이 개설, 운영되고 있다. 휴직 중 실시하는 e러닝 과정은 출산한 여직원이 복직 후 육아와 직무 수행능력 쇠퇴로 인한 이중의 스트레스로 자신감이 떨어지고 업무 부적응이 나타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KT의 휴직자 가운데 734명이 이 같은 e러닝 과정을 이용했다. 현재 KT는 3,500억원의 사내복지기금을 운영 중이며, 기금 수익으로 자녀들의 학자금 및 보육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