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금수조치를 결정하면서 우리 정부도 고민이 깊어졌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도 성의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하지만 연간 72억달러를 수출하는 이란 시장을 고스란히 포기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우리 정부는 '천천히 결정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은 없다. 당장 이란산 원유 감축 계 을 내놓기보다는 주변국의 상황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게 우선이라는 태도다. 단계적으로 원유 수입량을 줄여가는 방식을 통해 미국 국방수권법상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25일 "이란 핵 협상 당사자인 EU와 한국은 성격이 다르다"며 "우리는 내부적으로 원유 수급상황과 국내 경제 영향을 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EU는 지난번에 금수조치를 취하려다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어 6개월 늦추기로 타협한 것"이라며 "이번 수입금지 조치는 예견된 것으로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도 이번 제재조치로 동맹국의 피해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연간 대이란 수출규모는 72억달러에 이르며 우리나라의 전체 수입 원유의 9.7%가 이란산이다. 정부가 이란 제재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원유 수입량 감축 등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가 실행됐을 때 이란 정부가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이란 정부는 이달 초 테헤란시의 한국기업 옥외광고판을 철거하는 보복성 조치를 취했다가 우리 현지공관의 항의로 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