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쪽 법조인서 프로정치인 변신/이회창 커버스토리

◎청렴·도덕성 이미지 강점 발탁강온의 공존, 프로같은 신인 이회창(61)이 드디어 격랑을 헤쳐 대선티켓을 따내고 대선고지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법조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는 평생 법을 떠나지 않고 법의, 법에 의한, 법을 위한 인간으로 살아왔다는 확신에 차 있어 대쪽 이미지가 풍긴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 앞에는 대쪽 총리, 대쪽대표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정치인생은 지난 96년 4·11총선을 앞둔 1월 김대통령의 끈질긴 권유에 따라 보수를 위한 개혁을 기치로 신한국당 전국구 1번으로 고문으로 입당하면서 시작됐다. 황해도 서흥이 고향인 그는 입당 직후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사실상 정치판에 뛰어들어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정치개혁을 내세운 결과 신한국당 승리에 상당히 기여했으나 선영이 있는 충남 예산에서 신한국당 후보가 낙선, 현실정치의 한계를 실감하기도 했다. 특히 15대 총선결과 헌정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여대현상을 기록하자 「프로같은 신인」이라는 닉네임이 붙어다녔다. 그러나 지난 연말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 처리 때 소신없이 행동한 것에 대한 국민적 비판도 적지않아 대권고지에 도달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신한국당 대의원들의 성원으로 이제 명실상부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됐다. 따라서 이제까지는 신한국당 오너격인 김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이 애매했으나 5개여월의 대장정을 시작하며 새로운 정치실험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평소 「미래의 정치」가 모토인 그는 우선 현재의 정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 독선적이고 부도덕하며 질낮은 정치가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하부개념으로 민주적 국가경영의 정치, 깨끗한 정치, 품위있는 정치 등 세가지를 내걸고 연말 본선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이후보가 간혹 측근들에게 『온후한 말로도 천하를 움직일 수 있고 신의나 법을 지키면서도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으냐』고 반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중앙선관위원장·감사원장·국무총리를 거치면서 보여준 공인으로서의 처신이 대중지지의 밑바탕이 됐고 청렴성과 도덕성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인 그가 올 연말에 어떤 모습으로 대권레이스에 임할지 궁금하다.<양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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