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한다. 출산율 급감에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각종 정책개발과 재원분배, 민간단체와의 협조체제 구축, 대국민 홍보 등을 통해 2003년 1.19명에 불과한 합계 출산율을 오는 2020년 이전에 1.6명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83년 인구의 현상유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대체 출산율 2.1명보다 합계 출산율이 낮아지기 시작해 당장 2020년부터 총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노령화 속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빨라 2026년이면 65세 이상의 노인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어 인구구조상으로도 ‘늙은 국가’로 전락할 처지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대책마련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출산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단순한 대책으로 출산율이 높아지리라고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출산율이 더욱 낮아진 사실만 봐도 근원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지 않고서는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과다한 자녀 양육 및 교육비와 멀기만 한 내 집 마련의 길, 그리고 악화일로에 있는 청년실업 등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을 줄여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소득격차가 확대되면 저출산이 고착화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쉽다. 따라서 인구감소를 막고 고령사회에 대응하려면 장기적으로 산업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아니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