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웅진그룹 관련 기업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줬던 은행과 증권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웅진그룹 28개 계열사의 부채규모는 8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의 부채가 1조3,59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주요 계열사 중에는 극동건설(1조755억원)과 웅진코웨이(8,776억원), 웅진케미칼(4,429억원), 웅진씽크빅(3,311억원) 등 핵심 계열사의 부채도 3,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들 기업에 자금을 빌려줬던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부채규모가 2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법정관리가 결정될 경우 기존의 채권과 채무 행사가 모두 동결돼 상당 기간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계열사를 대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이들까지 부실화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달려들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솔직히 극동건설은 몰라도 웅진홀딩스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할 줄은 정말 몰랐다"며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도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손실이 나지 않도록 노력은 하겠지만 현재는 법원의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 외에 무슨 수가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일부에서는 증권사 등에서 회사채를 산 개인이나 법인 투자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웅진그룹의 경우 신용등급이 대부분 BBB급이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보다는 개인이나 일반 법인들에 판매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 물량을 받아간 투자자들이 '기업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투자를 권유했다'고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크게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항의성 전화가 간간이 오고 있다"며 "지금은 당황해서 아직 판단을 못하는 투자자가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