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NLL 대화록 삭제∙폐기 의혹이 모든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여야가 경쟁적으로 외쳤던 ‘민생국회’ 구호가 무색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11일 ‘서해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삭제 의혹과 관련, 검찰 소환 조사를 자청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사퇴까지 거론하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NLL 대화록 논란의 핵심과 본질을 비켜가는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물타기 시도를 중단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를 이어 받은 김기현 정책위원회 의장은 문 의원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촉구했다. 김 의장은 문 의원을 향해 “‘그때그때 달라요’식 말 바꾸기는 책임 있는 공인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는 등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수세에 몰린 국면 전환을 위해 NLL 대화록에 대한 새누리당의 공세를 ‘소모적 정쟁’으로 규정하며 역공에 나섰다.
김한길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연일 국회를 정쟁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풀어나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민 최고위원 역시 “새누리당에서 NLL 대화록 문제를 제기된 지 1년이 넘어갔지만 지루한 공방 속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 상황에 대한 여당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렇듯 여야가 여전히 정쟁에 매몰된 모습을 보이면서 정기국회에서 향후 진행될 국정감사, 대정부질문, 예산안 심사, 민생 법안 논의 등이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00일간의 정기국회 일정 중 벌써 40일이 지난데다 NLL 대화록을 둘러싼 공방전이 한창 가열됐던 지난 6~7월의 경우에도 여야는 정쟁에 발목 잡혀 민생 문제 해결에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