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규제 완화 대책 약발 안먹히네

실효성 의문 제기되고
투자 리스크만 부각
수혜주 오히려 떨어져


정부가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투자규제 완화방침 수혜주로 꼽힌 기업이 오히려 경기불황기 대규모 투자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S-OIL(-1.58%), SK이노베이션(-3.00%), OCI(-2.12%) 등 투자규제 완화방침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해당 기업들이 아직까지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잡지 못한 상황이어서 실제 투자촉진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위기다. 오히려 해당 기업들이 불투명한 경기전망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투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재무건전성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번 투자규제 완화 방침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 S-OIL의 경우 중장기에 걸쳐 8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방침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전무하다. S-OIL의 한 관계자는 "투자규모는 8조원가량으로 예상하지만 어떤 설비를 어느 정도 규모로 어디에 세울지는 아직 어떠한 결정도 나지 않았다"며 "정부가 제안한 울산 석유공사 부지는 신공장 부지로 검토한 여러 지역 중 하나"라고 말했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정부가 오는 2016년까지 S-OIL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발표한 것은 너무 앞서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정유ㆍ화학제품의 공급과잉이 지속돼 업계의 수익성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S-OIL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그린필드(기존 설비가 전무한 부지)'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것이 과연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그동안 S-Oil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전혀 알려진 바 없었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증손자회사 설립에 관한 공정거래법 완화혜택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일본JX에너지와 합작해 울산아로마틱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법 적용을 유예 받아 현실적으로 혜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 설립 규정에 막혀 있었으나 지난해 2015년까지 유예 연장을 받아 우리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도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가 투자를 계속하고 있던 내용으로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연산 파라자일렌 100만톤, 벤젠 56만톤의 생산라인이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OCI의 경우 산업단지 내 열병합발전소의 연료로 유연탄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4,000억원 규모의 발전소 건설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황악화로 2년째 미루고 있는 1조6,000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설립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OCI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단지 내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위한 펀딩이 진행 중으로 연료를 LNG가 아닌 유연탄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수익성이 높아져 자금조달이 원활해질 것"이라면서도 "지난 2011년 발표했던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과는 별개의 건으로 이 공장 설립은 여전히 유보 상태"라고 말했다. 또 STX에너지는 현재 포천지역에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회사 매각이 추진 중이라 당초 투자계획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