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9월 28일] 기업문화와 우수 인재 영입

강의장에서 만난 대학생들의 상당수는 외국기업 입사를 목표로 곧잘 "외국기업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라는 식으로 물어보곤 한다. 인재확보와 육성을 경영의 최우선으로 여기는 외국기업 경영자로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외국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이면에 한국기업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이 있음을 알게 되고는 한국인 경영자로서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요컨대 친구나 선배를 통해 한국기업의 불합리하고 보수적인 기업문화에 대해 듣기도 했고 본인들은 인턴십에서 직접 재확인했다고 한다. 반면 외국기업은 합리적이고 개방적이어서 입사를 선호한다고도 했다. 놀라운 사실은 우수한 학생일수록, 특히 여대생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했다. 한국기업의 조직문화가 가진 강점과 개선노력을 설명하며 신중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권유했지만 군대식 명령체계, 자신의 존재와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 사내 파벌과 정치, 역할 모델을 찾기 힘든 리더십 부재 등을 열거할 때는 솔직히 설득이 쉽지 않았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한국기업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뛰어난 제품, 혁신적인 기술, 기발한 마케팅 등 전세계에서 선전하며 글로벌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부증진과 함께 대외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21세기형 창의적 인재들이 계속 영입되고 육성돼야 한다. 이제 한국기업들은 조직문화 선진화에 경영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젊은 세대의 견해를 평가절하하지 말고 귀 기울여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가 군대식 명령에 좌절하고 본받을 리더가 없어 사내 정치에 눈치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직하는 인재들은 한국기업의 답답한 조직문화를 이직사유로 꼽는다.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말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고 선배나 상사의 지시에 무조건 순응하는 것이 좋은 처세라고 생각할 때, 이미 인재는 비창의적인 자산인 것이다. 직원들의 만족도와 생산성 향상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우수한 젊은 인재가 찾지 않는 기업은 미래가 없다. 제품개발, 기술혁신도 중요하지만 젊은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창의적인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아니라면 한국기업의 경쟁력은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인재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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