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타이포잔치 2013: 서울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는 오는 한글날을 기념해 전날 밤인 10월 8일 저녁 ‘한글날 전야제’를 개최한다.
복합예술 공연 프로그램으로 꾸며지는 ‘한글날 전야제’는 한글(문자)이 생성되기 전 언어의 전달 수단에 대한 상상으로부터 시작한다. ‘글 이전, 말 이후(Before Writing, after Speaking)’라는 주제는 이러한 의미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프로그램은 문자를 직접 연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문자와 언어의 표면으로서 소리와 시각성을 매체로 한 퍼포먼스로 구성된다. 풍선, 빛, 탁구공, 목소리를 이용한 퍼포먼스들은 문자와 언어의 이전과 이후에 대한 상상을 자극한다. 공연은 빔프로젝터나 음향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은 채, 생생하고 원초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야생합창단(Feral Choir) ▲반개념(L’Anticoncept) ▲튀어오르다.떨어지다(Bounce.Befall) 등 세 가지 퍼포먼스로 구성된 한글날 전야제는 오는 10월 8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된다. 자세한 일정은 타이포잔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http://typojanchi.org/2013/hangul_day_eve_kr/#contents).
<야생합창단(Feral Choir)>은 영국의 즉흥 보컬리스트로 필 민턴(Phil Minton)이 지휘하는 합창 퍼포먼스다. <야생합창단>의 가장 큰 특징은 참여 자격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공연 예술이나 성악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라도 민턴이 진행하는 워크숍을 통해 제 목소리의 한계와 범위를 시험하고 즐기면서 공연을 준비할 수 있다. 참가자는 특정한 음악적 규칙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신체를 악기 삼아 목소리의 세계를 탐구하며 확장하게 된다. 현재까지 <야생합창단>은 전 세계 20여 도시에서 참가자와 청중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공연 전 이틀간 워크숍이 진행되며, 참가 신청은 타이포잔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http://typojanchi.org/2013/newskr/news0917/#contents).
프랑스의 시인이자 영화 작가 질 월만(Gil Wolman)은 1950년대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급진적 문화예술 운동 문자주의 인터내셔널(Internationale Lettriste)의 주요 구성원이었다. 그의 대표작 <반개념(L’Anticoncept)>(1952)은 일반적 극영화가 아니라 필름에 뚫린 구멍을 통과한 원형 빛이 스크린 대신 거대한 흰 풍선에 영사되고, 월만이 자신의 글을 읽는 목소리가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작품이다. 영상예술가 이행준과 시인 김태용은 그 작품을 한국어로 옮겨 현장에서 공연한다.
<튀어오르다.떨어지다(Bounce.Befall)>는 실험음악가 최준용이 2011년에 작곡한 개념적 음향/음악 퍼포먼스 작품이다. 2명의 공연자가 공간 양쪽에 설치한 구조물에 올라 정해진 주기에 따라 탁구공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퍼포먼스는 마지막 탁구공이 튀어 오르기를 멈출 때(혹은 관객이 탁구공을 주워 되받아 던지는 일이 끝날 때) 종결된다. 가공되고 추상화된 음악의 우월성과 가치 있는 소리에 대한 집착에 반대하며, 첨단 기술이 아니라 표준화되고 보편화한 기술을 통해 직접적이고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이번 한글날 전야제의 총기획을 맡은 홍철기 공연기획자는 “기술적 매체를 사용하지 않고 관객들이 더욱 직접적인 시청각 경험을 하도록 기획했다”며,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도 일반인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 형태의 퍼포먼스 등을 준비한 만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세계 유일의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타이포잔치 2013은 타이포그래피의 문학적 잠재성을 연구하는 ‘슈퍼텍스트(Supertext)’를 주제로 10월 11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