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명실상부 세계 경제의 중심지다. 미국 금융의 심장 월스트리트의 움직임과 미국발 경제 속보, 미국식 가치와 경영을 고스란히 가지고 들어온 다국적 기업의 활약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이런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뉴욕총영사관에서 상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코포릿 아메리카(Corporate America)'를 쓰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코포릿 아메리카'는 미국에서 '미국의 기업 세계'를 지칭하는 말이다. 제목에서 보듯 저자는 미국 자본주의의 핵심 요소인 기업과 이 기업을 움직이는 법과 제도를 실제 소송 사례나 이슈 등을 통해 상세히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 경제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기업 제도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 친화적인 미국도 기업에 대해 100%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경영자와 주주, 채권자 등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자들의 이해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기업에 있어 주주는 그야말로 '회사의 주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을 위해 중요시되며, 주주들은 '주주 제안'을 통해 회사의 전략 설정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때로는 경영진의 자율 판단에 맡기는 배당이나 기부 결정에까지 관여를 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포드사(社)를 세우고 회사의 절대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헨리 포드는 어느 날 주주들에 돌아가는 특별 배당금을 줄이고 이를 종업원 근무조건을 개선하는데 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헨리 포드의 꿈은 법원에 의해 가로막히는데 이 같은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일반적인 현대식 미국 자본주의에서 '주주의 목소리'는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말 없는 주주를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반대하는 주주를 제압하기 위해 많은 사람과 기관들이 뛰고 싸우는 것이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기업 사냥꾼의 행동주의 투자가 상시 일어나고 있는 것도 바로 주주를 회사의 주체로 볼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