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1일 미국을 공격한 테러리스트들은 자신들이 세계무역센터를 테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의 붕괴와 3,100여명의 죽음,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당한 고통은 세계 최대 금융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
뉴욕 금융시장 한복판에 위치했던 세계무역센터와 부속 건물에는 증권 브로커와 트레이더들, 투자은행과 뱅크 오브 뉴욕 등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입주해 있었다. 세계무역센터의 붕괴는 이 지역의 수많은 다른 금융기관과의 전력, 수도, 통신 연결을 끊어버렸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는 초인간적인 노력을 필요로 했다. 섬뜩한 대학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지불 및 결제 기능의 마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일했다.
2000년 밀레니엄 버그로 금융 시스템이 교란될 것을 우려해 맨해튼 인근 지역에 마련해 놓았던 장소에서 업무가 활발하게 재개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런던이나 도쿄 등 다른 금융 센터로 중개 업무를 이전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주도로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투입되는 등 주춤하던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달러화 결제 시스템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국채 거래는 테러 발생 이틀 후부터 정상화됐으며,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 역시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지 않았다. 1930년대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문을 닫았던 주식 시장 역시 그 다음주 월요일 재개장을 하고 가장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후에 금융기관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때때로 아슬아슬한 순간들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몇몇 주요 기관들은 예비 사무실을 본사에서 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두는 바람에 양쪽의 업무가 모두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신들이 피해를 입을 것에는 대비를 했지만 협력업체나 동종업계 경쟁자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심장부에 위치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없게 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할 지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의 초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테러와 같은 비상사태가 단지 하나의 기관이 아닌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제2의 예비 시설마저도 작동이 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졌다.
9ㆍ11 테러를 통해 금융시장의 허약함을 알게 된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전세계 금융기관들은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