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FIFA의 추악한 돈벌이 축구 정치

■ 피파 마피아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돌베개 옮김
소수 인물이 운영하는 '연맹 귀족'… 축구로 막대한 권력·금권 휘둘러
월드컵 유치국 고위층·기업만 수혜… 서민에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없어


국제축구연맹(FIFAㆍ피파)이 부패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 얼마나 부패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시하고 지나간다. 뭐 축구만 재미있고 좋아하기만 하면 되지 않나, 운영단체야 유능하면 되지 부패는 어디에나 있지 않냐는 등의 생각이 사실 보편적이다.

'피파마피아'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흡사 마피아를 연상하게 하는 조직범죄가 축구장을 어지럽히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의 정치와 사회에까지 혼돈에 빠트린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실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다.

한때 22명의 좋은 친구와 가죽 공 하나면 충분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취미활동이었던 축구는 돈과 권력을 놓고 조작을 벌이는 거대한 사기행각으로 변모한 지 오래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대기업 등 스폰서들은 광고홍보 기회를 잃을까 침묵하고 정치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하고 축구의 인기를 이용해 대중의 환심을 사는 데만 열중한다.

피파의 문제는 특정 소수의 인물들이 운영을 장악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른바 연맹귀족이다.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 제프 블라터 현 회장, 블라터의 후계자인 미셸 플라티니 부회장, 제롬 발케 사무총장 등을 핵심으로 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스포츠의 자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철의 장막 뒤에서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고 금권을 휘두르고 있다. 현재 피파 관계자 어느 누구도 제프 블라터 회장의 연봉이 정확히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4년마다 치러지는 월드컵으로 벌어들이는 돈 40억유로(5조5,000억원)의 지출내역은 불투명하다.

최근 영국 언론의 폭로로 불거진 카타르 뇌물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선정 과정에서 50억원 이상의 뇌물이 국제적으로 오갔다는 것이다. 변변한 경기장조차 없던 사막 국가 카타르에 월드컵 개최권이 돌아간 것은 중동의 산유국 카타르의 로비에 의한 것이란 주장이다.

월드컵 유치전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핵심 권한을 갖고 있는 연맹귀족들에 대한 특혜가 국민국가의 주권까지 흔드는 지경이 됐다. 피파는 그들 패밀리에 대한 거의 초법적인 수준의 특혜, 즉 특별 환율 규정 보장, 입출국시의 무조건적인 승인, 돈세탁방지법 예외조항 등을 요구하고 있다. 월드컵 유치를 위한 뇌물이나 인프라건설은 해당국가의 고위층이나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흥행수입을 안겨준다. 하지만 서민들에게 돌아갈 복지는 갉아먹고 있다. 여기에 언론조차 국가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즉 스포츠를 매개로 한 교류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시작된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이 나라 국민들의 반대시위가 대표적이다. 브라질 정부는 2014년 월드컵을 위해 경기장 등 인프라 비용으로만 258억헤알(12조원)을 썼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비용이 정작 브라질 국민에게는 어떤 혜택으로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피파 마피아'의 저자 토마스 키스트너는 독일인으로서 스포츠 정치와 스포츠 조직범죄라는 분야에서도 잘 알려진 탐사전문기자다. 지난 20년동안 피파를 파헤친 후 이 책을 내놓았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의 번역판에 올린 '한국어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피파는 늘 개최국이 마지막 4강에 들도록 일을 꾸며왔다. 대회 분위기는 물론이고 돈벌이도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최국이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예는 거의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은 정말이지 기묘한 사건들로 점철됐다. 모두 개최국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번 2014년 대회에서 브라질을 상대한 팀은 상당히 힘들 것이다. 피파의 관심은 그 어떤 때보다 개최국의 결승진출에 쏠려 있다. 분노한 브라질 국민의 시위가 이어지는 마당에 자기 나라가 일찌감치 탈락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하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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