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쉰들러의 의도

현대엘리 적대적 M&A 가능성 커
소비시장 전락 막을 대책 세워야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스위스를 국빈방문하고 이어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출장에서 관심이 간 대목은 '한·스위스 경제인 포럼'이었다.

양국에서 모두 160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는 알프레드 쉰들러 쉰들러그룹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박 대통령이 혹시라도 쉰들러 회장을 직접 만났다면 확인했어야 할 부분이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를 적대적 인수합병(M&A)할 의사가 있는지,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국내 공장은 폐쇄할지가 궁금하다. 박 대통령 출국에 앞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있는 이천 지역사회는 연대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건의문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지역사회는 건의문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적대적 M&A로 거대 외국자본에 넘어갈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04년 쉰들러와 인연을 맺은 후 현재까지 불화를 겪고 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0.9%를 가진 2대 주주로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대로 7,000억원대의 소송을 거는 등 2011년부터 5건의 소송을 진행하며 현대엘리베이터를 압박하고 있다.

현대 측은 쉰들러가 적대적 M&A를 하기 위해 사사건건 현대엘리베이터를 트집 잡으며 흔든다고 의심한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잘못된 경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며 이를 정상화하자는 것이라며 맞선다.

현대엘리 적대적 M&A 가능성 커

자본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이익을 찾아 돌아다닐 뿐 거기에 국경 개념을 들먹일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단 조건이 있다.

단물만 빼먹고 기업을 망쳐놓는, 그래서 직원은 물론 지역사회를 파탄 내는 경우는 막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소버린(SK)·론스타(외환은행)·상하이차(쌍용자동차)를 지켜보며 얻은 경험이다

그런 면에서 쉰들러는 의심이 많이 간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국내 승강기 시장은 불과 15년 만에 다국적 기업의 제품을 사주는 소비시장으로 전락했고 쉰들러는 그렇게 만든 주역 중의 하나다.

쉰들러는 2003년 토종 기업인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해 쉰들러코리아를 설립한 뒤 생산공장을 없애고 대신 물류창고로 운영하고 있다.

쉰들러만이 아니다. 티센크루프는 동양엘리베이터를 인수한 뒤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구조조정을 했다. 오티스는 LG산전 승강기사업을 인수한 뒤 국내 공장을 철수시켰다. 글로벌 승강기 기업이 국내에서 한 일은 공장 철수, 대량해고뿐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안에는 1,400명의 근로자와 260개의 협력업체(임직원 7,000여명)가 모여 함께 일하고 밥 먹고 산다. 이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몇 명만 남아 창고지기로 일해야 한다면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아픔이 된다.

외국인 투자는 언젠가부터 한국의 미래를 짊어졌다. IMF 이후 모든 정권은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도 얼마 전 외국인투자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외국인 투자는 무조건 좋은 걸까.

소비시장으로 전락 막을 대책 세워야

공장을 짓고 사람을 채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외국인 투자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지분 인수는 다르다. M&A로 경영권이 바뀌어 외국의 우수한 경영기법이 전수되고 자본 유입으로 제조기반이 확대돼 고용이 창출되는 경우는 드물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금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상증자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 대금은 당장 3월과 5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000억원을 상환하는 데 써야 하는 만큼 3월 이전에는 유상증자가 마무리돼야 한다. 쉰들러는 기업가치 훼손을 주장하며 유상증자에 반대하고 있다. 누구 손을 들어줘야 될까. 최소한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식은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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