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후보들 대북정책 해법 차이

이재정 現정책 고수 가능성…김하중 제재 수위 높일수도

“햇볕정책 옹호하는 참여정부 측근 인사냐, 북한 핵에 정통한 중국 전문 외교관이냐.” 북한 핵 사태 이후 노무현 정권의 차기 통일부 장관에 어떤 인물이 기용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는 통일부 장관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의 포용정책 기조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재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김하중 주중 대사가 후임 장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옹호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 후보자들은 북핵 문제와 대북 정책의 기본 인식은 함께하지만, 그 해법에 대한 방법론을 놓고 의견을 달리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부의장은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 그 동안 진보 성향의 대북 정책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24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북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북ㆍ미 관계에서 풀어야 되기 때문에 미국이 좀더 유연한 정책을 가지고 북한과의 대화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 부의장은 “개성공단은 긴 안목을 가지고 유지, 발전시킬 필요가 있으며 금강산 관광도 평화에 기여한 부분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지속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이 부의장이 장관에 취임할 경우 이종석 전임 장관과 비슷한 노선을 갖고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에 반해 김 대사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과 긴밀히 협조해 북한을 6자 회담에 복귀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관 출신인 그는 남북관계 보다는 중국ㆍ미국ㆍ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사는 지난 5년 동안 중국 외교가를 무대로 대북 정보를 취급해왔고 북핵 문제 조율 과정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 받았다. 향후 북한 핵 문제 조율을 위해 중국과의 협의 과정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어 김 대사의 외교적 역량이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김 대사가 통일부를 이끌 경우 전임 장관에 비해 남북관계에 대한 비중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대사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문제, 개성공단ㆍ금강산관광 등 경협에 대해 전임 장관보다 좀더 ‘유연한’자세를 취해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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