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금융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 받아온 중국은행 등 국유은행에 전격적으로 45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금융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998년 330억 달러의 공적자금 투입 이후 처음이자 사상 최대 규모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해 중국 금융시스템을 전면 개혁하는 첫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6일 중국 정부가 4대 국유은행의 자본 확충과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외환보유자금 1,000억 달러 가량을 순차적으로 쏟아 부을 계획이며, 그 일환으로 지난해 말 중국은행과 중국건설은행에 각각 225억 달러씩 450억 달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이들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을 국제기준에 부합 시켜 홍콩 및 뉴욕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유수 투자은행 등 해외의 전략 투자가들의 자본유치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은행으로 탈바꿈 시킨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복안이다.
WTO 가입으로 세계 경제에 편입된 만큼 금융권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전제도 나름의 작용을 했다는 시각이다. 중국은 앞으로 WTO 타임 테이블에 따라 3년 이내에 중국 금융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이 중국 경제의 시한 폭탄으로 남아 있는 국유은행의 부실을 정리, 금융시장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과다 외환보유고의 부담을 덜어냄으로써 미국 등 국제사회의 위앤화 절상 압력을 막는 등 다목적 포석 아래 이번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고를 일부 덜어 냄으로써 위앤화 절상 압력을 완화시키는 등 일거 양득을 꾀하고 있다는 것. 국제사회는 그 동안 중국의 과다한 외환보유고를 근거로 중국 위앤화의 평가 절상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S&P에 따르면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4대 국유은행을 위시해 중국은행 전체 대출의 45%인 8,640억 달러가 부실채권
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 뒷편에는 이 같은 금융부실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왔는데, 중국 정부가 드디어 이 같은 뇌관을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한 셈이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