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하오는 이미 패배를 각오하고 있다. 좌하귀가 뭉텅 떨어질 때 이미 그 각오는 되어 있었다. 그가 백16으로 포위하는 것을 보고 김성룡9단이 웃으며 말했다. "흐흐흐. 사냥감을 뚱뚱하게 키우고 보겠다는 얘기지요. 그 심정 이해가 갑니다."(김성룡) 원래 프로들은 적의 미생마를 공격할 때 자기 진영 안으로 몰지 않는다. 꼭 잡는다는 보장이 있을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은 자기의 확정지는 무조건 지켜놓고 본다. 그러나 지금 창하오는 이판사판이다. 자기의 문전옥답이 모두 짓밟혀도 사냥을 끝까지 해볼 심산이다. 흑17은 진작에 보아두었던 포위망의 허점이다. 백18로 지킨 것은 어쩔수없다. 흑19, 21은 흑의 권리. 여기서 탈출로를 일단 확보한 이세돌은 흑23으로 응수를 묻는다. "교묘한 타이밍입니다."(강지성8단) 창하오는 백24로 참았다. "이젠 상변의 백진이 거의 제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갖가지 뒷맛이 생겼어요. 어느 편이 곤마인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윤현석) 타이젬 해설실의 강지성은 참고도1의 흑1로 붙이는 맥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 변화를 검토하더니 슬그머니 지워 버렸다. 백이 12로 넘어가고나면 흑만 곤란하게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세돌은 흑25로 응수를 묻는 길을 선택했다. 백26은 고심의 응수. 참고도2의 흑1이면 백2로 버티겠다는 것이 창하오의 수읽기였다. 그 코스를 당장 결행하는 것은 흑도 부담이 있다고 본 이세돌은 흑27 이하 37로 안전하게 연결했다. "던질 때가 거의 됐지?"(필자) "중국기사들은 잘 안던진다니까요."(김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