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을 강타한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가 이를 두둔하는 미국과 맹비난하는 중국 간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닛 옐런 부의장이 일본은행의 조치를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이라고 두둔한 데 이어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도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일본 편에 섰다. 반면 신흥국 세력을 대표하는 중국은 일본의 돈 풀기가 수출에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통화 블랙메일(monetary blackmailㆍ통화조작을 통한 금품갈취)'이라며 거센 비난을 퍼붓고 있다.
미국의 용인 아래 엔화가치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엔ㆍ달러 환율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달러당 100엔을 넘어서 105엔까지 오른 가운데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과 중국을 주축으로 하는 신흥국 간 환율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 중국 하이난성 싼야의 '보아오 아시아 포럼'에 참석한 라가르드 IMF 총재는 연설에서 지난주 일본은행에서 발표한 부양책을 "글로벌 경제성장을 도울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5일 옐런 FRB 부의장도 "일본이 하려는 일은 그들의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하고 성공할 경우 세계경제와 미국에도 좋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미국의 엔저 용인은 옐런 부의장의 말대로 미국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작용하지만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동맹국인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외교전략으로서 환율정책을 활용하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가르드가 일본을 지지하고 나선 배경에는 일본이 2008년 금융위기 직후와 지난해 IMF 재원 출연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점이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적극적인 출자는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FRB가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작한 당사자라는 점도 미국이 일본의 양적완화를 눈감아줄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반면 중국을 비롯해 수출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은행의 엔저유도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통화정책에서 미국과 일본이 손발을 맞추는 데 대해 불만이 크다. 웨이젠궈 전 상무부 부부장은 이번 보아오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대규모 양적완화가 다른 국가들을 해치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리다오퀴 칭화대 교수도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양적완화가 이른바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를 뜻하는 "통화 블랙메일"이라며 인민은행도 위안화 절하를 위해 위안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