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왕자의 난' 대표적, 삼성, 한화, 롯데 등 갈등 LG, SK, 한진 등은 분쟁없이 승계
입력 2005.07.22 03:16:23수정
2005.07.22 03:16:23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동생인 박용성 회장체제 출범에 반기를 들면서 촉발된 두산 오너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재계의 가족간 경영권 분쟁 역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중추역할을 해온 재계의 주요 그룹 중 상당수가 그 이면에`집안간 경영권 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겪어야 했다.
창업주가 일궜던 그룹의 모태가 점점 덩치를 키우면서 2, 3세대 오너 일가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형제간, 부자간 등 가족내 숱한 갈등이 표면화돼 왔다.
특히 2000년 현대가의 장자 정몽구 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간 `왕자의 싸움'과 2003년 고 정몽헌 회장 사망 이후 불거진 `숙부의 난' 등 현대가는 두차례나 걸쳐 가족 분쟁의 홍역을 치렀다.
과거 삼성, 한화, 롯데 등도 그룹 적통성 계승 및 분가 과정에서 형제간 갈등을 빚었으며 부자간 `불협화음'이 빚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LG, SK, 한진 등은 특별한 잡음없이 경영권 승계 및 분가.계열분리 작업을 마무리했다.
◇ 두차례나 경영권 분쟁 '수난' 치른 현대가 = 현대가는 2000년 `왕자의 난'에에 이어 2003년 8월 고 정몽헌 회장 사후 시삼촌과 질부 사이인 정상영 명예회장과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갈등까지 맞게 되는 등 잇따른 `가족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비운을 겪었다.
2000년 3월 정몽구 회장이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을 인사조치한 것에 대해 정몽헌 회장이 보류하면서 촉발된 `왕자의 난'은 왕회장의 친필서명 논란, 3부자 동반퇴진 등 수개월간의 MK-MH 형제간 다툼으로 이어졌다.
왕자의 난은 그 해 11월 몽구 회장이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몽헌 회장의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두 형제간 `화해'의 악수로 일단락됐지만 현대가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으며 이 과정에서 MK-MH의 가신그룹간 갈등도 극에 달해 왕자의 난은 일명 `가신의 난'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후로부터 3년여 지난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현대가에는 또다시 분쟁의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몽헌 회장의 사망 당시 맏형인 몽구 회장을 주축으로 한 현대가는 모처럼 단합된 모습을 보였지만 삼촌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11월 현대그룹 인수를 선언,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이끄는 KCC측은 수개월에 걸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분쟁양상을 보였으며 결국 지난해 3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회장측이 `완승', 다툼은 일단락됐다.
◇ 다른 그룹들도 가족간 갈등으로 `점철' = 현대뿐 아니라 주요 그룹들의 경영권 상속과정에서는 숱한 갈등이 이어졌고 심지어는 법정소송까지 확대된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 결과로 비운의 황태자들이 생겨났고 경영권 갈등이 봉합된 이후에도 일족간의 반목과 대립의 양상이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재계의 간판그룹인 삼성은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이 애초 장남인 맹희씨를 후계자로 키웠으나 우여곡절 끝에 경영일선에서 퇴출시키고 3남인 이건희 회장을 낙점했다.
`비운의 황태자' 맹희씨 측에서는 모태기업인 제일제당을 맡아 분가, CJ로 새롭게 출범해 아들 이재현 회장이 이끌고 있으나 양측간의 반목과 질시를 보여주는 사건들이 이어져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맹희씨는 한때 삼성전자 부사장 등 직함이 무려 17개에 이를 정도로 강도 높은경영수업을 받았지만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의 눈밖에 나면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손을 떼야 했고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에서 "아버지와의 사이에 상당한 틈새가 있었지만 언젠가는 나에게 대권이 주어질 것이라고 믿었다"며 동생 이건희 회장으로의대권이양 선언시 충격을 회고하기도 했다.
롯데그룹도 96년 하반기 양평동 롯데제과 부지 등 37만평을 놓고 맏형 신격호회장이 막냇동생 신준호 부회장에게 명의 신탁한 땅에 대해 신 부회장이 소유권을주장하면서 형제간 `땅싸움'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당시 `격노'한 신 회장은 이 땅을 돌려달라며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법원에 내 법정 다툼을 불사했고 감정의 골이 패이자 신 부회장에 대해 그룹내 모든 직위를 박탈키로 하는 등 초강수를 둠으로써 `형제경영'이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신 부회장이 한발 물러서고 신 회장도 일부 땅을 분할, 소유하는 양보를 하는것으로 싸움은 4개월 만에 일단락되지만 다만 신 회장은 신 부회장에 대해 롯데햄.우유 부회장 직위만을 인정하는 등 그의 역할을 제한했다.
한화그룹은 2세 경영인인 김승연 회장과 그의 동생인 빙그레의 김호연 회장간에재산상속 다툼으로 법정싸움까지 치달았으며 동아건설 역시 최원석 회장과 그의 형제들간에 재산권 분쟁으로 시끄러웠다.
코오롱은 창업주인 이원만(작고)씨와 이동찬씨, 이웅렬 회장 등 3대째 장자상속체제를 이어가고 있으나 零?이원만씨와 함께 사업을 일궜던 이원천씨가 경영권상속과정에서 조카인 이동찬 전회장과 대립, 결국 자신의 지분을 챙겨 물러났다.
◇ 일부 그룹,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 = 반면 LG, SK, 한진 등 일부 그룹들은 비교적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 및 분가 과정을 밟았다.
LG의 경우 창업주의 절대적인 카리스마로 철저하게 장자세습 전통을 고수, 사전에 경영권 갈등소지를 철저히 차단하면서 창업주 구인회씨에서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 등으로 3대째 경영권이 상속됐으며 한때 경영에 관여했던 구태회, 구두회,구평회 고문 등 창업 1세대와 2세대 형제들은 소리없이 물러났다.
특히 구-허씨 집안의 동업관계로 꾸려져온 LG는 올해 1월 허씨 일가 계열사가 GS로, 태회,두회,평회 고문 일가가 이끄는 계열사가 LS로 각각 떨어져 나오면서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양쪽 집안의 동업관계도 마침표를 찍었으며 계열분리 과정도 큰잡음없이 일단락됐다.
장자상속의 전통에서 벗어나 창업주의 동생이 경영을 맡은 대표적 케이스는 바로 SK로 창업주 고 최종건씨의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이 형의 작고 이후 경영을 맡아 그룹을 키운 후 아들인 최태원 회장에게 경영권을 상속했다.
SK는 소버린의 지분 매입으로 때아닌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최근 소버린이 지분을 전량 매각, 경영권 장악 시도에서 손을 떼면서 경영권 다툼이 마무리됐다.
한진도 고 조중훈 회장이 동생인 조중건 부회장에게 대한항공 사장 자리를 맡겼으나 아들인 조양호 회장에게 지휘봉을 맡겨 장자 상속의 전통을 이었으며 한진그룹내 `호'자 항렬 형제간 계열분리 작업도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