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11월 27일] '가벼운 입'의 파장

[동십자각/11월 27일] '가벼운 입'의 파장 최석영 부동산부 차장 sychoi@sed.co.kr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에서 한 발언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 1년 내 부자가 된다"는 말인데 대통령의 이런 말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한 인터넷 토론방에서 주가와 부동산 전망으로 스타로 떠오른 미네르바와 빗대어 "대통령보다 미네르바의 분석을 더 믿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국민들을 진정시키고 조금이라도 증시회복에 도움을 주려는 차원에서 증시 투자를 언급했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못한 실정이다. 주식투자 원금을 모두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투자자나 펀드에 가입해 반토막이 나버린 통장 잔액을 보며 밤잠을 설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속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건설ㆍ조선ㆍ자동차업계 등 실물경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국내 업체들이 벼랑 끝에서 구조조정의 칼날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이런 발언은 '경제를 살려달라'고 뽑은 국민들의 믿음을 한순간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건설사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대주단 협약과 관련, 정부와 금융당국자들의 '입'도 기업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주단 협약에 1차로 가입한 건설사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으로 건설사들의 대주단 가입을 압박했다. 이에 24개 건설사가 1차 시한으로 여겨진 지난 24일까지 대주단 가입을 마쳤다. 그러나 정작 대주단은 "애초에 가입시한은 없었으며 오는 2010년 2월까지만 신청하면 된다"고 밝혀 건설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국토해양부도 1차ㆍ2차 가입시한이 왜 정해졌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정부 내에서도 혼선을 빚고 있는 양상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대주단 가입에 대해 수일 동안 밤샘하며 고민했던 건설사들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고려했다면 이렇게 가볍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나 금융위 고위관계자의 발언 모두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시장에 메시지를 던지려고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경제는 심리다'는 격언에 너무 고무된 나머지 부정적인 파장은 고려하지 못한 말이었다는 평가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옮아간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정부 당국자가 위기극복 방안을 주문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현실과 이런 발언들이 경제와 해당업체에 미칠 파장을 생각한다면 훨씬 정제된 발언이 필요하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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