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ㆍ정치권 정면충돌 예고

노무현 대통령이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부적절` 의견과 한나라당의 고 후보 지명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25일 고 후보자를 국정원장에 공식 임명한데 이어 `국회 월권`을 지적,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특히 청와대, 민주당 신주류와 민주당 구주류, 한나라당 지도부간의 정면충돌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4ㆍ24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가 `민주당 참패, 개혁세력 대거 당선`으로 나타나자 정계개편의 추동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개혁국민정당이 이날 개혁신당론을 공식 제기하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소장 개혁파 의원들이 일제히 당 쇄신을 주장, 보수ㆍ혁신구도의 정치권 새판짜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고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국회가 검증을 하면 그만이지 국정원장을 임명하라 말라 하는 것은 대통령 권한에 대한 월권”이라며 “국회는 국회로서 할 일이 있고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일부 위원들을 겨냥,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국정원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할 때 행세하던 사람이 나와 (고 원장에게) 색깔을 씌우려 하느냐”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야당과 민주당 구주류 등의 이념공세와 새정부 `길들이기` 시도를 용납치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노 대통령이 현 정치권과 정치질서ㆍ관행 등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관측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5월 임시국회를 소집, 고 신임 국정원장에 대한 해임권고 건의안을 제출하고 추경 편성안을 비롯한 각종 법안 심사 지연 등을 통해 강경대응키로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 구주류도 즉각적이고 공식적인 입장표명과 대응을 삼가고 있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재보선 결과를 놓고 민주당 신주류 일각과 개혁정당 등 이른바 여권내 개혁 소장파가 이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새판짜기를 겨냥한 개혁신당론을 공식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당 임종석 의원 등 일부 소장파 의원들도 이날 열린개혁포럼(총괄간사 장영달) 모임에서 당 내외 개혁세력 총결집 등을 통한 개혁신당 창당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소장 개혁세력모임인 미래연대의 남경필 의원도 “한나라당이 유권자들의 변화욕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당이 우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지도부는 물론 소장 개혁파들은 공식적으로 정계개편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신주류 좌장격인 김원기 고문도 개혁신당 창당보다는 당 개혁안 통과를 통한 당의 리모델링 등 재정비작업에 주력하겠다는 생각도 비쳤다. 구주류측 역시 당장의 선거결과나 정계개편보다는 신주류측이 당 개혁안 마련과정에서 요구해온 임시지도부 구성 문제에 더 신경을 곤두세웠다. 민주당도 오전 고위당직자와 오후 최고위원 회의를 잇따라 열고 재보선 패배에 따른 당 진로문제를 논의, 당개혁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등 당 정비에 박차를 가하기로 의견을 모아 신ㆍ구주류간 대충돌을 앞두고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임시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신ㆍ구주류간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대치국면이 전개될 경우 민주당의 내분은 급속히 고조되면서 결국 분당이나 신당 창당의 수순으로 돌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동본기자, 임동석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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