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지하철 역사에 상주하는 걸인들이 고소득자임이 밝혀졌다. 24일 러시아 국영 TV 베스티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의 한 달 평균 수입은 1,300달러(한화로 약 160만 원)에 달했다. 이는 러시아 근로자 평균 임금(약 520달러)의 2배가 넘는 엄청난 액수다. 어지간한 지하철 기관사 월급보다 많다.
수입이 짭짤하다 보니 구역 다툼이 생기고 조직까지 만들어졌다. 걸인들은 그들의 우두머리가 9시간이나 일을 시킨다고 불평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직업에 만족해한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70세의 여성 걸인은 "연금으로만 살 수 없어 구걸하는데 그 돈으로 음식과 약을 사고 휴대 전화비를 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행인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아무 말 없이 동정에 호소하는 경우는 처벌받지 않는다. 한 걸인은 이 방송에서 더 불쌍하게 보일수록 수입이 많은데 어린이, 임산부, 장애인, 노약자 순으로 수입이 좋다고 말했다. 종종 정상인이 장애인 행세를 하다 경찰에 들통나는 경우도 있다.
추운 겨울이면 지하철 역사는 부랑자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경찰은 단속의 손을 놓은 상태다. 공식 통계상 모스크바 시내 부랑자 수는 1만 명이지만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은 그것보다 10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