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외환경 대체 경제주권 확립을

지난해말 이후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접어들면서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는 급속히 대외환경의 의존적인 체질로 변하고 있는 점이다.물론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된 데에는 일부는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책이나 기업관행의 기준을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하는 측면이 가장 클 것이다. 문제는 대외환경의 의존적인 체질하에서는 국제적으로 주도력이 약하고 충분한 수용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엔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정부는 경제정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책추진 결과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자연 정책남발과 정책혼선이 자주 발생된다. 기업들은 아무리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라 간다 하더라도 기업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라는 본래의 목표달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책당국에 대한 기업의 저항으로 비쳐지면서 우리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곱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그만큼 우리나라에 대한 대외신뢰도 제고가 늦어질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처럼 고통을 당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서 외국인의 입김이 강해지면 강해 질수록 배타적 감정이 높아지게 된다. 국부유출과 같은 문제가 사회현안으로 대두되고 교역국과의 통상마찰도 잦아진다. 그 결과 위기극복에 필요한 고통분담 분위기나 국제기관과의 유대관계 조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지 1년을 보내면서 누차에 걸쳐 경험한 사실이다. 아무리 우리가 외환위기 극복이든 구조조정 정책이든 간에 잘해 나간다 하더라도 대외적으로 엔화 가치가 불안하거나 최근처럼 이라크 전쟁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우리의 이런 노력이 흔들리는 상황을 자주 경험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대외환경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우선 세계경제를 주도하거나 안정시킬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어지고 있다. 즉 각종 국제기구들이 재원부족 문제에 시달리면서 그 역할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국가간 협력체제도 각국의 경제여건 악화와 경제실리 우선의 국제관계로 약화되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를 주도해 왔던 미국경제도 최근 들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금융위기국들의 수출상품이 대량으로 유입됨에 따라 미국내 관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의 국내법을 활용한 수입규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보호주의 움직임이 또다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경제가 어떻게 되느냐와 아시아 주변국의 안정여부가 중요하다. 불행히도 오부치 내각이 지난 7월말에 출범했으나 현재 일본 국민들의 낮은 지지도를 감안할 때 지금의 일본경제 문제점을 해결하고 일본경기를 본 궤도에 올려놓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국가들은 어떤가. 이미 금융위기의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대부분 국가들의 성장률이 십수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문제도 수출감소세와 대량실업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중국 정부의 부인대로 평가절하가 안된다고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이미 대외환경의 의존적인 체질로 변화된 상황에서는 최근처럼 대외환경의 불안정한 국면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가 그대로 고사(枯死)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자와 기업, 국민들은 최근의 대외환경이나 국제관계의 숨은 의도를 정확히 읽고 신중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들어 정책당국자를 중심으로 대외환경을 무조건 수용하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이럴때 일수록 대외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서 우리 경제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테면 정부는 적극적인 경제외교 정책으로 주요 교역국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각종 협의체를 통해 우리 문제를 국제적인 관심사로 이끌어 내야 한다. 대내적으로도 가용외환보유액을 많이 확충하여 대외환경으로부터 우리 경제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완충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가능한 한 이른 시일내에 마무리하고 품질, 디자인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외환경이 불리할 경우 환율, 금리와 같은 가격변수의 움직임이 가장 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대외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어떤 대외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합리적인 소비행위를 유지해야 한다. 지나친 수입재 선호는 우리 경제를 더욱 대외의존적인 체질로 만들고 지나친 국산품 애용은 통상마찰과 국내 기업들의 안이한 경영방식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합리적인 소비행위로 외국기업과의 경쟁을 촉진시키면서 기업들이 소비자를 보다 중시하는 경영체제로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가 IMF 체제에 접어든 지 1년이 되는 시점에서 경제주체들의 이러한 노력이 어우러질 때 앞으로 대외환경이 어떻게 변한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 우리 경제가 주권을 확보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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