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새영화 '해변의 여인' 고현정·김승우

'홍상수의 바다' 그속에 빠진 남녀


마치 금방 영화에서 빠져 나온 사람 같다. 홍상수 감독의 일곱번째 영화 ‘해변의 여인’ 개봉을 앞둔 두 주연 배우 고현정, 김승우를 만났을 때 든 생각이었다. 직접 만난 고현정은 영화 속 문숙처럼 당차고 당돌했고, 김승우는 중래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웠다. 두 사람은 마치 연인이나 오누이처럼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그렇게 인터뷰가 시작됐다. 영화를 마친 소감부터 물었다. 고현정은 마냥 “행복해요”라고만 말한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처음 일반에 공개되기 전까지는 긴장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대답한다. 옆에서 김승우가 “시사회 이전하고 이후하고 태도가 달라졌다. 정말 행복하긴 한가 보다”라고 거든다. 연기를 알만한 적지 않은 연기 생활이지만 이번 영화는 고현정의 첫 스크린 데뷔작. 그런 만큼 그녀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대답 속에 그대로 묻어났다. 이 행복감은 김승우라고 다르지 않다. 그는 ‘해변의 여인’공개 이후 좋은 연기로 주변에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오랜 연기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특별한 대표작이 없는 그로서는 이번 영화는 확실히 기대작이다. “고현정처럼 나도 ‘해변의 여인’이 첫 영화다. 성공한 첫 영화”라면서 너스레를 떤다. 사실 배우들이 홍상수 감독과 작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워낙 확고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촬영 당일에야 시나리오가 확정되는 등 즉흥적인 촬영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서 적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배우는 홍감독에 대한 이런 생각이 선입견이라고 잘라 말한다. 고현정은 홍감독의 촬영 스타일을 “실타래를 열심히 꼬고 나왔다가 한번에 확 풀어놓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표면적으론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나온다는 뜻. 홍상수 감독은 또 배우들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만을 화면에서 보여주기를 요구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촬영장에는 메이크업팀조차 없다. 그의 영화 속 배우들은 모두 꾸밈없는 맨 얼굴로 출연해야 하기때문. 여배우로서는 큰 모험이겠다 싶어서 고현정에게 물었더니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더 좋단다. “감독님 영화에서는 연기 외에는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게 더 편하기도 하고”라고 말한다. 홍상수 감독의 여느 영화처럼 이번 영화도 많은 술자리 장면이 등장한다. 홍상수 감독은 술자리 장면 촬영에서 실제 술을 먹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그랬는지 물었다. “먹긴 먹었다. 분위기 살리는 정도”라고 답한다. 이번 촬영에서도 술을 먹고 찍긴 했지만 김승우와 고현정이 술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 그리 많이 먹지는 못했다고. 오히려 “취할 정도로 먹으면 연기를 할 수가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한다. 워낙에 영화가 현실감이 넘치기 때문에 극중의 중래와 현실의 김승우, 또는 문숙과 고현정이 얼마나 닮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승우에게 문숙과 고현정이 닮았는지 물었다. “지나치게 솔직한 게 닮았다. 가끔은 내가 불안할 정도”라고 대답한다. 고현정 역시 스스로의 솔직함을 인정한다. 지나치게 솔직한 성격 때문에 손해볼 때도 많다고. 그래서 당돌하고 당찬 문숙이란 인물에게 친근감이 간단다. 역시 반대질문을 고현정에게 던졌다. “중래와 김승우는 다르다. 김승우가 중래보다 훨씬 도시적이고 세련됐다”고 답한다. 실제로 김승우의 이 세련됨은 고현정이 연기를 하는 데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고현정은 김승우를 같이 연기했던 배우 중 가장 섬세한 배우로 표현한다. 상대방의 연기를 잘 받아주어 편안하단다. 그 동안 조인성, 천정명 등 자신보다 나이 어린 배우들과 연기를 해왔는데 처음으로 한 시대를 공유한 동료와 함께 하게 돼 그 편안함이 더 한다. 김승우 역시 함께 연기하면서 고현정을 높이 평가하게 됐다. 그는 고현정을 “디테일에 강한 배우”라고 표현한다. 개봉 대기중인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함께 출연했던 장진영과 고현정을 비교하면서 “장진영이 절실함을 가지고 끈질기게 하는 성실한 배우라면 고현정은 자신의 느낌을 믿고 우직하고 밀고 가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고현정의 지금 모습이 참 좋다. 그 동안 이 좋은 능력을 숨기고 살았던 것 참 아쉽다”는 것이 그의 마음. “쉬는 동안 단순한 건지 철없던 건지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갈증을 느낀 적이 없었다”는 고현정. 하지만 지금은 10년동안의 공백을 연기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해변의 여인’으로 새로운 연기인생을 시작하는 김승우. “‘괴물’ 같은 대박은 못 내겠지만 제작규모에 맞는 충분한 흥행을 할 겁니다”라고 자신감을 갖는 두 배우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홍상수 영화에 거부감이 있었던 분이라면 꼭 봐야 할 재미있는 영화”라고 두 배우가 강조하는 ‘해변의 여인’은 8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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