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한니발과 알프스
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에 제2차 포에니전쟁이 터진 기원전 218년 여름의 이야기이다. 지도를 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사이에는 피레네와 알프스라는 두개의 거대한 산맥이 놓여있다.
파스칼이 ‘피레네산맥 이쪽에서의 정의가 저쪽에서는 불의가 된다’고 탄식했던 경계의 상징 피레네, 그리고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알프스의 고봉준령(高峯峻嶺)은 선두를 다투는 천혜의 장벽이다.
스페인을 출발한 카르타고군이 로마로 진격해오는 방법은 바다를 건너거나 피레네와 알프스의 험준한 산맥을 피해 해안 도로를 따라오는 것이 당시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상식에 충실했던 로마군은 해안 평야지대에서의 결전에 대비해 병력을 집결시켰다.
그러나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은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 4만병력과 코끼리부대를 이끌고 피레네와 알프스산맥을 넘는 ‘창의적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로마에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상식에 바탕을 둔 근면과 성실은 우리가 지켜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이러한 전통적 가치 위에 창조적 사고, 독창적 아이디어, 차별화된 기술력이 더 필요한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발상을 바탕에 깔고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나만의 기술력 없이는 국제화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범용제품을 생산해 연고를 바탕으로 납품처를 찾아다니는 기업은 설 땅이 없다. 제 아무리 비용을 절감해봐도 가격경쟁력에서 중국 제품을 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로부터 구매할 수밖에 없는 제품이 아니면 안된다. 그러한 제품은 기술력에서 생기고 그 기술은 발상의 전환, 창조적 사고가 없이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일에는 무엇보다 기업의 CEO 스스로가 낡은 습성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자가 돼야 한다. 리더 본인부터 성공의 공식을 새로 쓰자. 고정관념이라는 21세기의 ‘알프스’를 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최고 경영자 본인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적군이 진을 치고 있는 뻔한 길로 가서는 결코 승산이 있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아무도 넘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산맥을 넘는 한니발의 ‘창의적인 모험정신’이 진정으로 필요한 때다.
입력시간 : 2004-09-30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