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4월23일, 코카콜라가 기존 콜라를 대체할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다. ‘최고가 더 좋아졌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등장한 신제품의 이름은 ‘뉴코크(New Coke).’
코카콜라는 왜 창립 이래 99년간 유지해온 콜라를 버리고 신제품을 출시했을까. 경쟁사의 추격 탓이다. 2차대전 직후 60%에 이르던 세계시장 점유율이 21.8%로 떨어진 상황에서 ‘캔자스 프로젝트’라는 극비 계획을 진행시켰다.
단맛이 추가된 새 제품은 19만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전 테스트에서 극찬을 받았다. 기대대로 뉴코크의 출발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발매 이틀 만에 소비자의 80%가 인지하고 판매량도 늘어났다.
문제는 기쁨이 순간에 그쳤다는 점. 옛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혹평이 쏟아졌다. ‘이틀 묵은 펩시인 뉴코크 대신 옛 코크를 돌려달라’는 아우성 속에 항의전화 40만통이 걸려왔다. 야구장 전광판에 뉴코크 광고가 나가면 관중은 야유를 보냈다. 판매도 뚝 떨어졌다. 덕분에 펩시콜라는 코카콜라를 추월하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소동은 뉴코크 발매 79일 만에 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옛 콜라를 생산하면서 그쳤다. ABC는 인기 드라마인 ‘종합병원’ 방영 도중 자막을 띄울 만큼 이 소식을 크게 다뤘다. 코카콜라의 실수는 경영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55%의 불만고객만 의식하고 골수고객 45%를 무시한 결과는 마케팅 교과서에도 올랐다.
과연 코카콜라는 실패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번복 이후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10%, 9%씩 뛰었다. 광고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전화위복의 본보기 격이다. 뉴코크 출시를 둘러싼 콜라 전쟁에서 얻어야 할 진정한 교훈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과오를 인정하는 신속하고 대담한 의사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