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지주사 전환 '산넘어 산'

내달 출범 앞두고 설립자금 상당액 부족
직원 지원 기피로 인력도 턱없이 모자라


SC제일은행이 지주회사 전환에 애를 먹고 있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오는 7월 지주회사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지주사 설립자금 부족과 은행 내부 직원들의 지원 기피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 부족이다. SC제일은행은 지주사 전환에 따른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기로 하고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들에 사전수요조사(태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SC제일은행 측이 은행채 발행 전 우리은행에 380억원을 요청하는 등 각 은행에 태핑을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주사 전환에 따른 자본금 및 향후 운용비용ㆍ재무건전성 확보, 계열사 주식의 포괄적 이전 등에 따른 자금이 상당 부분 부족해 태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8일 SC제일은행의 모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의 재무이사가 한국을 방문, "자본 충실도가 높은 만큼 추가적인 자본 확충 없이 지주사 설립에 나서겠다"고 말해 지주사 전환을 두고 그룹 차원에서의 재무적 지원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SC제일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금융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보다 낮아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SC제일은행의 BIS 비율은 3월 말에 바젤1 기준으로 11.83%으로 금융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12%)을 하회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인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세 차례에 걸쳐 지주회사로 옮길 직원을 뽑기 위해 내부 공모를 실시했으나 지원자가 턱없이 모자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인사 1명, 정보기술(IT) 1명, 법무 4명, 리스크 4명, 커뮤니케이션 12명, 재무 19명 등 총 41명의 직원만 지원했다. 특히 지주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영전략, 총괄조정 및 준법감시부 직원을 확보하지 못해 외부 직원을 수급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주사로 옮기려면 은행에 사표를 내야 하고 되돌아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신분상의 불안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SC제일은행 노조 측은 "사측이 지주사 출범 초기 인력으로 1,000여명을 구상하고 있다"며 "다른 지주사의 경우 150여명 안팎으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지주사 전직 이후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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