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건전화 법안 국회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여야 정치권이 방만한 나라살림에 제동을 거는 재정건전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반갑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전년도보다 낮게 유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지난 9월 김춘진 민주당 의원은 국가채무총량제 도입을 뼈대로 한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법안을 만들 때 재원확보 방안을 함께 마련하도록 한 '페이고(pay as you go)' 원칙을 담은 법안도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의 발의로 국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해 양대 선거를 앞두고 무차별 퍼주기 복지공약을 남발하던 정치권이 이제 와서 나라살림을 걱정하니 찜찜한 구석도 없지 않다. 아닌 게 아니라 오영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무성 법안에 대해 "복지확대와 빈부격차 해소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악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재정건전화 법안에 대해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은 아니다. 더구나 재정규율을 바로잡는 것을 악법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정략적 접근일 뿐만 아니라 논리적 이치에 맞지도 않는다.

우리 재정구조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결정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공식 국가부채는 GDP의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서는 아직 낮다. 하지만 숨은 빚이 그만큼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공기관 부채와 지방정부 부채를 합친 광의의 국가부채 비율은 100%를 넘어섰다. 재정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와 다른 바 없다. 국가부채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 고령화로 오는 2060년 국가부채 비율이 200%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가채무의 무분별한 증가를 막고 지속 가능한 재정을 유지하자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은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비율을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운영해오고 있다. 여야가 이번에는 제대로 세비 값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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