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교육시장은 크게 움츠러들지 않을 겁니다. 다만 인터넷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교육 비즈니스가 등장할 겁니다. 변화하지 않고 예전처럼 일하다가는 생존하지 못합니다.”
학습지업계 ‘빅3’로 연간 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웅진닷컴의
김준희(46) 대표이사는 경기침체의 수렁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비수기로 간주되는 지난 10월에도 회원을 3만5,000명이나 늘려 100만 회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10월의 매출규모는 441억원으로 2002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이 업계에서는 드물게 출판편집인 출신으로 2002년 3월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올랐다. 대체로 시각이 좁고 경영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출판편집인에 대한 인식을 떨쳐버릴 정도로 다방면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유신헌법 반대시위로 구속된 전력 때문에 취업에 거듭 실패하다 출판사인 웅진닷컴(당시 웅진출판)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히트 상품을 잇따라 내놓았고 평균 2년마다 사내 주요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출판전문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경험을 쌓았다.
그는 2002년 대표이사가 된 후 지금까지 매월 급여의 10%를 자사주식을 사는 데 쓴다. “제가 주식을 사는 것은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일은 제가 CEO로 있는 동안 계속할 생각입니다.”
웅진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8,000억원으로 올해에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웅진닷컴은 그룹의 모기업인 동시에 주력기업. 매출의 63%가 학습지, 16~17%는 전집, 나머지는 단행본, 잡지(앙팡ㆍ마이웨딩ㆍ럭셔리 등), 끼워주는 잡지인 무크(요리무크ㆍ건강무크 등) 등에서 나온다. 학습지 교사는 1만여명. 80년 설립된 후 90년 들어 학습지시장이 급속히 커지자 94년에 가세, 대교ㆍ교원과 더불어 ‘학습지 빅3’를 형성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터넷의 등장 이후 학원 등의 오프라인시장은 줄어들지만 서비스가 중심인 학습지시장의 변화는 다소 느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 서비스가 질적으로 성숙되지 않을 경우 생존경쟁에서 밀려나는 게 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교ㆍ대입 수능 부문의 온라인시장은 커질 가능성이 높지만 초등ㆍ유아시장에서는 보조역할에 그칠 겁니다. 학습지의 주목적인 공부습관을 들이는 데 온라인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이 비용ㆍ콘텐츠ㆍ다양성이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지속성에는 약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변화의 초점을 애프터서비스 강화에 맞추고 있다. 가령 그동안 전집물의 경우 단순 판매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인터넷으로, 전화로, 또는 방문해 전집물과 교과학습을 연계해 짚어주고 판매된 제품에 대해 사후 서비스를 실시하겠다는 것. 고객이 원하는 방향을 좇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유아기의 공부에 대해서는 부모의 욕심이 지나쳐 아이들이 질려버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부는 마라톤입니다. 초반에 잘 뛴다고 해서 끝까지 잘 뛰는 건 아닙니다. 유아기에 공부를 시킬 수도 있고 늦게 시킬 수도 있지만 아이의 수준에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특히 어릴 때는 책 읽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들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학교까지는 실력이 비슷한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어릴 때의 독서량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해력의 차이 때문에 선생님의 말이 술술 들어오는가 하면 아무리 집중해도 잘 안되는 학생이 있다는 설명이다.
“책을 읽은 후에 생기는 느낌을 대화를 통해 끌어내주고 칭찬해주면 신이 나서 읽게 됩니다. 부모도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서투르게 표현해도 칭찬해주면 힘이 됩니다. 어렸을 때 뜻밖에 받은 칭찬이 자라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됩니다.”
그는 책은 다양하게 읽는 게 좋지만 동화ㆍ위인전은 기본이고 자연과학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것도 좋다고 했다.
웅진닷컴의 주가는 3,795원(22일 기준). 그는 주가가 자산가치보다 저평가된 데 대해 정보기술(IT) 부문에 비해 성장성이 낮게 평가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존 영역에 대한 사후 서비스 강화 외에 방과 후 시간 컴퓨터강좌 개설 등 매출 채널의 다양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사양기업은 존재해도 사양산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침체된 상황이라도 고객 니즈를 탐색하고 제품의 퀄리티를 높여 적정가에 공급하려는 노력을 하면 성장의 길이 있습니다.” 설사 사양산업이 되더라도 호랑이를 만난 두 사람 중 신발끈을 고쳐 매는 사람처럼 헤쳐나갈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사람·사회에 대한 끝없는 사랑
김준희 대표가 경영의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은 웅진닷컴의 경영정신인 '또또사랑'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또 사랑한다'는 의미의 이 경영정신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자 사회에 대한 웅진닷컴의 다짐을 담았다. 도전에 대한 사랑, 일에 대한 사랑, 변화에 대한 사랑, 고객에 대한 사랑, 조직에 대한 사랑, 사회에 대한 사랑 등 6가지 실천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 '웅진닷컴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가게 방학점'을 오픈하고 3,000여명의 아이들에게 '웅진씽크빅'
무료 학습지도를 하는 등 각 분야에서 '사회에 대한 사랑'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열린경영과 윤리경영도 김 대표의 '마스코트'와 같은 경영철학이다. 매월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월례 조회에서 지난달 성과를 부문별로 공개해 회사에 더욱 관심을 갖도록 독려한다. 업무시간에는 메신저를 열어놓고 직원들이 보내온 메시지에 친절히 답변해줄 정도로 직원들과의 사이에 벽이 없다. 지난 2003년 10월에는 '윤리경영 선포식'을 갖고 직원들에게 윤리 의식을 강조하고 내ㆍ외부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도 책 한 권으로 규정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웅진닷컴은 '사람에 의해 힘을 발휘하고 발전하는 회사'다. 인간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출판ㆍ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만큼 그 어느 기업보다 '직원들의 마인드'가 제품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조직의 기를 살리고 신바람 나게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일에도 매우 열심이다.
회사의 경영목표는 외부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핵심 인재 풀 확보와 역량 발휘를 위한 토양을 조성, 전략체계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것. CEO로서의 목표는 모두가 본받고 싶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교육전문기업'이라는 웅진닷컴의 비전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다. 그는 "요즘 최고경영자(CEO)에게는 비전가ㆍ전략가ㆍ실행자ㆍ평가자ㆍ협력자 등 다방면의 역할이 요구됩니다만 저는 CEO는 미래의 모습을 좀더 구체적으로 꿈꿀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약력
▦58년 경북 의성 출생
▦84년 웅진닷컴(옛 웅진출판) 입사
▦85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95년 서강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졸업
▦94년 웅진닷컴 경영지원본부장
▦96년 웅진닷컴 방문판매사업본부장
▦99년 웅진닷컴 교육문화사업본부장
▦2000년 에듀빅닷컴(계열사) 대표
▦2002년 웅진닷컴 대표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