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00포인트 언저리에서 장기간 등락을 거듭하자 박스권을 뚫을 수 있는 대안으로 수출이 주목 받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의 상당수는 수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수출이 늘면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20년간 수출 실적과 코스피의 상관관계를 보면 수출이 호조를 보일 때 코스피도 어김없이 올랐다. 외국인을 빼면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출하려면 결국 현재의 견조한 수출 흐름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22일 서울경제신문이 동양증권에 의뢰해 지난 1994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월별 수출 실적과 코스피지수 간 추이를 분석한 결과 수출액이 증가한 구간에서 코스피 역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 외환위기 여파로 증시가 부진했던 1997년 후반기와 1998년을 제외하면 분석 대상 기간 20년 중 무려 18년간 수출액과 코스피지수는 밀접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IMF 이전인 1994년 3월 수출금액이 70억6,600만달러에서 1996년 3월 100억6,300만달러로 38.78% 늘자 코스피는 862.21포인트에서 878.47포인트로 2% 올랐다.
2004년 3월 수출금액이 210억4,800만달러에서 2006년 3월 270억9,300만달러로 30.2% 증가한 구간에서 코스피는 882.75포인트에서 1,419.73포인트로 60.8% 뛰어올랐다.
민병규 동양증권 연구원은 "과거나 지금이나 코스피 구성 종목을 보면 수출과 관련된 기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수출금액이 늘면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늘고 이는 기업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져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에 상장된 900여개 종목 중 수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곳은 대략 60~70%선이다. 수출이 늘면 '코스피 상장사 실적 개선→기업에 대한 투자자 신뢰 회복→코스피 상승'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수출이 꾸준히 증가해준다면 증시를 이끄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올 들어 수출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점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코스피에 고무적인 일이다.
코스피는 현재 외국인 주도의 절름발이 수급에 발이 묶여 2,000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5.00포인트(0.25%) 오른 2,004.22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매수에 소폭 상승하며 하루 만에 2,000선을 회복했지만 코스피가 박스권(1,950~2,000포인트)을 뚫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때문에 시장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코스피가 반등하려면 기업 이익 전망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회복이 이뤄지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수출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야 하는 이유다.
올해 초 다소 부진했던 수출은 선진국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 3월 497억6,3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5.2% 늘며 기지개를 켰다. 월간 수출 실적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지역에 걸쳐 모두 수출이 증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두 달간 코스피의 수출 관련 주요 업종 지수는 전반적으로 상승 국면을 보이고 있다. 전기전자·철강·화학·기계·건설 업종지수를 3월 수출 실적 발표 이전인 2월3일과 이후인 3월1일을 비교해 보면 적게는 11.88포인트(9.4%)에서 많게는 463.69포인트까지(4.6%) 올랐다.
민 연구원은 "정부는 올해 수출이 연간 6.5% 증가하며 경기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수출이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증시 박스권 탈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