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다시 급등세
중동 긴장고조·北美한파 예상 영향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 「고유가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제 유가는 10일 3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며 배럴당 33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날 뉴욕상품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물은 전날보다 1.32달러(4.1%) 오른 배럴당 33.18달러로 거래를 마감, 지난달 22일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뉴욕시장이 마감된 뒤 장외거래에서는 WTI 11월물 가격이 34달러선까지 위협, 다시 유가 급등세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국제 유가가 이처럼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긴장상황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 이-팔간 긴장상황이 중동 각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원유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석유시장을 강타한 탓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팔간 긴장으로 촉발되고 있는 중동지역 불안감이 해소되어도 석유시장을 둘러싼 주변여건이 그리 좋지 않아 고유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게 현실. 현재 미국의 난방유 재고감소 추세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북동부지역에 추위가 일찍 찾아와 난방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유가가 계속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시장을 휘감고 있은 불안감은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분석에서도 쉽게 찾을 수있다. IEA는 10일 월례 보고서를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의 원유공급 증대를 포함한 최근의 고무적인 추이에도 불구하고 석유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 있다』면서 『현재의 석유시장 체제는 탄력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배럴당 36달러를 넘어섰던 유가는 미국이 원유 3,000만배럴을 방출하기로 결정하고 이달초 OPEC이 산유량을 하루 80만배럴씩 늘리기로 한 이후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떨어지만 더 이상 추가하락세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미 FRB 위원인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로버트 맥티어 총재도 이날 『유가가 높았던 과거의 경우와 달리 현재의 유가 강세는 복합적 요인이 도사리고 있어 유가 하락을 쉽게 점칠 수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와관련, 『최근의 유가 강세는 중동지역의 긴장때문에 촉발됐지만 미국의 추위엄습과 난방유 수요증가 등 유가상승을 부추기는 악재도 많아 국제 유가는 당분간 국제 경제계의 기대와 반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용택기자
입력시간 2000/10/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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