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방학 컴퓨터학원에서 '포토샵'을 수강했던 대학생 김소현(24)씨는 이번 여름방학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제작'으로 과목을 바꿨다.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은 많이 알려진 탓에 희소성이 떨어지는 반면 앱 제작 과정은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다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막상 배워보니 생각보다 사용법도 간단하고 재미도 있다"며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화장품 추천 앱을 만들고 있는데 조만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도 등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모바일 앱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앱 제작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프로그램 하나로 여러 운영체제(OS)에 맞는 앱을 만들 수 있는 '하이브리드 앱 제작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초보 개발자들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진 덕분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앱 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하이브리드 앱 제작 프로그램은 미국 모바일 솔루션 전문업체 니토비가 개발한 '폰 갭'과 앱셀러레이터의 '앱셀러레이터 타이태니엄'이 양분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의 가장 특징은 OS에 맞춰 별도로 앱을 개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편의성을 높였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똑같은 앱이라도 안드로이드(구글), iOS(애플) 등 운영체제별로 전용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내려받아 매번 새로 앱을 개발해야 했지만 하이브리드 제작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한자리에서 개발이 가능하다.
인터넷 기반의 웹 콘텐츠를 모바일 앱으로 변환해주는 기능도 장점이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HTML, CSS, 자바 스크립트 등 웹 개발용 프로그래밍 언어로 개발된 콘텐츠를 앱에서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기존에 인터넷 사이트를 갖고 있다면 누구나 모바일기기에 최적화된 앱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국내 업체도 외산이 주도했던 하이브리드 앱 제작 프로그램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KTH가 선보인 '앱소프레소'는 안드로이드와 iOS를 동시에 지원해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앱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별도의 기능 추가 없이 웹 개발 언어만으로도 스마트폰의 카메라, 주소록, 위치정보 등의 기능을 앱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된 부분이다.
주요 업체들이 앱 제작 프로그램을 주목하는 것은 모바일 앱 관련 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라베이스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이용자의 급증으로 글로벌 모바일 앱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52억달러에서 2014년에는 10배 이상 늘어난 508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앱을 개발하려면 전문 개발업체를 이용해야 했지만 하이브리드 앱 제작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앱 개발자가 될 수 있다"며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학원 수강과 관련한 문의도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