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언제쯤 돌아올 것인가.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외국인 투자가의 계속된 순매도로 코스피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외국인의 복귀 시점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은 올 하반기에만 6조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쓸어 담으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순매도로 돌아선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등을 돌린 것은 기업실적의 부진 탓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 우려에서 촉발된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도 한몫했다"면서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키는 환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다음 달 초, 늦어도 10월 중순을 외국인의 복귀 시점으로 전망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9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구간에서 국내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올 하반기 들어 9월 첫째주까지 6조2,42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추석 연후 직후인 11일 698억원 순매도로 돌아선 뒤 지난 26일까지 1조2,121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와 맞물려 가파르게 상승한 시점과 일치한다. 원·달러 환율은 9월 초만 해도 1,010원 초반대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였지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렸던 16~17일을 전후로 급상승, 지난 26일에는 1,044.4원까지 올랐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3.1% 오른 것이다. 이는 하반기 들어 최대 상승 폭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가 가운데 환차손을 우려한 일부 단기성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매 방향성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최근 외국인의 갑작스러운 매도 움직임은 환율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성 투자자금이 이끌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조세회피지역에서 유입된 자금들은 환차손 및 차익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기본적으로 원·달러 환율과 무척 밀접한 상관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 자금이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구간에서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4조원에 가까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며 국내 증시를 떠났던 상반기와는 다를 것이라는 얘기다. 올 들어 3월까지 원·달러 환율이 높은 구간(1,070~1,080원)을 유지하자 외국인은 이 기간에 3조5,152억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언제쯤 국내 증시로 돌아올까.
시장 전문가들은 10월 중순을 주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때면 환율 방향성이 바뀌면서 외국인이 다시 한국 증시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얘기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의 귀환은) 달러 강세가 언제 멈출지에 달려 있다"며 "유로존 은행들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가 예정된 10월17일이 첫 번째 분위기 전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유럽 은행들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유로화가 다시 강세로 전환되며 상대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신흥경제국 등 다른 지역의 경기 회복이 확인되면 분위기 전환은 좀 더 빨라질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경기가 좋은 반면 유럽과 신흥경제국 등 다른 국가들의 경기가 모두 좋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이달 말부터 10월 초 중반까지 미국·유럽·한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제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의 경기 지표가 긍정적으로 발표된다면 10월 초부터 외국인 이탈이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기가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 미국 경기 회복이 전세계로 파급되면 달러화 강세는 점차 약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환율이 시장에서 예측한 컨센서스 수준에 도달한 점과 미국·일본 정부가 최근 자국 통화의 지나친 쏠림 현상에 우려를 제기한 점도 환율 안정을 통한 외국인 귀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최근의 외국인 이탈을 단순히 원화 약세에서 찾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화 약세에 대한 부분보다는 근본적으로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우려와 현대차의 주주가치에 반하는 의사결정에 대한 외국인들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중국의 8월 제조업구매관리(PMI)지수가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생산 측면 지표들은 여전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면서 "달러화 가치 안정과 더불어 중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돼야 한국 시장의 외국인 매도세는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