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이틀 연속 매도세를 보이며 6천억원 이상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지수선물 시장내 외국인투자자들은 이틀째 선물을 사들이면서 시장베이시스 호전을 통한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외국인이 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시장 상승세를 이어가도록 유도하면서 현물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기관투자가들의 매수강도노 느슨해지는 등 수급상황이 점차 악화될 조짐을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외국인의 매도가 환율 및 유가 불안을 핑계삼아 진행되는 일시적인 차익실현일 뿐 지속 가능성이 낮다며 일시적인 조정장세가 펼쳐질 수는있지만 수급 악화로 인한 급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악재노출 빌미로 이익실현 = 26일 오후 2시13분 현재 외국인은 2천억원 이상 순매도 중인 반면 기관은 2천억원 가까이 순매수 중이다.
반면 지수선물 시장내 외국인들은 이 시간 현재 816계약 순매수 중이며 프로그램 매매는 1천800억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전날에도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5천억원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 이틀째대량 '팔자'세를 지속, 총 6천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지수가 1,400선을 넘어서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차익실현압력이 높아진 데다 환율 및 유가 악재가 부각되면서 조정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기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이틀간 외국인의 매도는 단순한 이익실현 정도로 봐야 한다"며 "수익률이 높아진 데다 환율과 유가 악재에 노출돼 있어 지수 1,300선에 유입된 자금은 차익실현 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3~4월에 유입된 단기 자금은 일시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수가 단숨에 1,400선까지 올라온 데다 환율 및 유가 등의 악재가 노출돼있음에도 장세가 예상외로 강해 충분한 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조정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요인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또 "전날 갑작스럽게 외국인 매도가 촉발된 것은엔화 강세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 다른 자산을 처분하고 대신 엔화를 사두자는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엔화강세를 예상한 펀드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은 이번 상승 국면에서 일등공신 역할을 한 만큼 차익실현 욕구도 강하다"며 "다만 외국인 매도의 빌미가 돼준 원화강세현상이 막바지 국면에 와있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수급부진..완만한 조정 가능성 = 일시적인 외국인 자금 이탈과 함께 기관 매수세도 약화되는 등 국내 증시의 수급 상황은 그다지 긍정적인 편은 아니다.
물론 이번 외국인 매도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인한수급 악화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일부 자금 이탈로 인한 조정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들어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규모는 이날 현재 2조5천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투신권도 올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9천700억원 순매도를 보였지만 프로그램 매매를 제외하면 소폭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지속적인 매수세를 유지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의 차익실현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지수가 1,420선에서 등락하기 시작한 지난 주부터 일부 펀드에서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수급이 일시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일부 펀드의 환매로 기관 자금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프로그램 매매가 지수 하단을 떠받쳐주고 있으나 대외변수가 긍정적으로돌아서지 않으면 지수를 누르는 압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세중 팀장은 "전반적으로 시장 수급상황은 좋은 편은 아니어서 당분간 조정이올 수는 있지만 시장 체력이 워낙 강해 조정강도는 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