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전직 원장 2명의 구속에 이은 전직 차장의 죽음으로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현재 추진 중인 조직개편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이 현재 검토하고 있는 개편방안은 현재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해외와 산업 분야는 강화하고 수요가 적은 국내 정무 분야는 축소하자는 구상과 해외.국내.북한(대공) 등 지역별로 구분돼 있는 국정원의 활동을 분석과 운영, 관리 등 기능별로재편하자는 강도높은 개편 구상 등 크게 두 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구상은 기존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축소하고 수요가 높아지는 분야는 보강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최근 "기존 기능을 유지.존속한다는 큰 그림 아래 개편 작업이검토되고 있기 때문에 큰 그림내에서 가감해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폭적인 개편보다는 현재 기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편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문제가 되고 있는 국내 불법감청 분야는 축소되고 해외 분야와 산업보안, 대테러 분야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지역별로 구분돼 있는 국정원 조직을 기능별로 전면 재편하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제기되는 이 같은 방안은 미국 CIA(중앙정보국)를 모델로 한것으로, 국정원 내부에서도 그동안 수차례 검토돼왔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단시일내에 시행되기는 어렵다는 게 국정원의 대체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정원 소식통은 21일 "그동안 몇 차례 검토되기는 했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검토돼야 할 방안"이라고 말해 당장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 방안의 경우 국정원이 완전히 탈바꿈하는 대규모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에그 이전에 보다 치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21일 "현재는 조직개편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로 아직 확정된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직 수장 2명이 한꺼번에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어 전직 차장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안기부.국정원 불법감청 사건'의 파장이 수그러 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될 기미를 보이자 강도높은 조직개편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국정원이 안고 있던 구태를 완전히 벗어 버릴 수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인식이 그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마치 불법감청이 전체인 양 인식되는 국정원의 활동 양식, 국민을 위한 도구가아니라 `권력자의 도구'가 되어왔다는 조직문화, 국정원내 인맥 또는 파벌구축과 이로 인한 인사난맥상 등 국정원의 권위와 신뢰도를 훼손하는 내재적인 독버섯들을 제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정보가 최대의 `무기'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 같은`무기'를 위해 무차별 불법감청이라는 무리수를 둠으로써 국정원의 명예와 신뢰에스스로 멍에를 씌우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국정원은 현재 조직개편 방안은 물론 앞으로 정보와 자체 예산을 국회 등의 요구가 있을 경우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공개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검찰의 `불법감청' 수사가 완료되는 것에 맞춰 대국민 사과성명을 통해 조직개편안과 함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