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태산이 높다해도 빌딩아래 뫼이로다”
입력 1997.09.30 00:00:00
수정
1997.09.30 00:00:00
◎높게 더높게 쌓아보자/도시 쾌적성·환경문제 해결 절대적 대안20세기초부터 미국은 뉴욕의 울워드 빌딩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시카고의 시어즈 타워 건설을 통해 명실공히 마천루의 메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세기말에 들어서면서 고층빌딩의 명성은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말레이시아.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페트로나스 빌딩을 지난해 완공했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은 올해부터 이보다 더 크고 높은 빌딩을 짓기위해 땅을 파고 있다. 한참 뒤늦기는 했지만 한국에서도 초고층건축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21세기 도시에 혁명적 변화를 몰고올 초고층건축의 국내외 추진상황, 건설과정의 문제점 및 대안 등을 집중점검해본다.<편집자 주>
초고층 건축물은 인간이 이룩한「과학과 기술의 최고 결정체」라고 평가되고 있다.
19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초고층 건축붐은 미국의 국력과 국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60년대 이후부터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각국 주요도시들이 경쟁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하늘을 향한 경쟁은 1990년대 들어 아시아쪽으로 옮아오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80년대만해도 10층규모면 고층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40년이 지난 1931년 미국은 102층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건축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다시 40년이 지난 1970년대에는 세계무역센타(417m·110층·뉴욕), 시어즈 타워(Sears Tower·110층·443m·시카고) 등을 세웠다.
20년동안 세계 최고층 건물로 불변의 기록을 유지해오던 시어즈 타워의 영예는 지난해 깨졌다. 말레이지아가 쿠알라룸푸르 시티센터 뒤에 시어즈 타워보다 7m가 높은 페트로나스 타워(446m·92층)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페트로나스 타워의 세계최고 기록은 앞으로 4∼5년이면 깨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경에 세워지고 있는 1백14층짜리 중경타워에 넘겨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하늘을 향한 건축적 도전은 끝이 없다. 결국 2000년대 초반에는 단순한 초고층이 아니라 하나의 자족도시를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는 「도시형초고층 빌딩」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초고층건축」은 약 50층 규모에 높이 220m이상에 속하는 건축물을 일컫는다. 세계초고층학회가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세계 100대 빌딩」이 기준이 된다.
한국도 초고층 경쟁에 뒤늦게나마 동참을 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민간에서 제기된 프로젝트를 정부가 수동적으로 받아들여가는 형세여서 가뜩이나 후진적인 초고층건축에 대한 기술력보유를 통한 경쟁력에 확보에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의 경우 초고층을 받아들일 법이나 제도가 전혀 정비가 돼있지 않은 상태일 뿐아니라 그마나 계획되고 있는 민간프로젝트(도곡동 삼성전자 사옥)에 대한 건축적 평가마저 건축의 본질적인 측면의 세밀한 평가보다는 주변의 상황이나 건축외적인 분석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도심인구밀도가 높은 현실에서「초고층빌딩」은 도시의 쾌적성이나 교통·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거의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안이라는 것이 건축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홍콩이나 일본 미국등 대도시에서 이미 이룩한 사례에서 보듯 이제 우리정부도 ▲21세기 건설산업의 대외 경쟁력과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 ▲초고층화를 통한 도시문제 해결 ▲지상공용공간 확보 등의 다목적 기대효과가 나타나는 초고층빌딩 건설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세계 100대 초고층 건축물에 우리나라는 겨우 57위를 기록하고 있는 63빌딩(60층, 249m)과 94위의 무역센타빌딩(54층) 들어 있는게 고작이다.
지난 22일부터 건축허가 심의에 들어간 서울시 도곡동의 삼성전자 102층사옥 프로젝트는 국내 초고층건축 시대의 관문을 여는 중요한 시발점일 뿐 아니라, 향후 건축정책의 향방을 가늠해볼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건축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고층빌딩 건축사
▲광복이전=지금은 철거된 중앙청사(1926), 현 서울시청사(1926), 조선은행(1912·현 한국은행), 경성상공회의소 등이 있다.
▲1950년대=이 시기는 전쟁으로 파괴된 국토 재건을 위한 계획과 건설활동이 활발했다.
▲1960년대=상업은행 본점(1965년, 12층·54m), 조흥은행 본점(1966년 15층·63m), KAL빌딩(1960년, 23층·82m) 등이 대표적 건축물.
▲1970년대=삼일빌딩(1971년, 31층·114m), 동방생명 빌딩(1976년, 28층·102m, 현 삼성본관)등을 비롯 100m정도 높이의 고층빌딩이 무수히 들어서면서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했다.
▲1980년대= 한국도시에 초고층빌딩이 나타난 시기도 바로 이 때. 대한생명빌딩(63빌딩, 1988년, 60층·249m, 국내 최고층, 세계초고층 55위), 무역센타 빌딩(1988년, 54층·228m, 세계초고층 94위), LG트윈빌딩(1986년, 33층·134m).
▲1990년대=80년대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초고층빌딩 건축이 이어졌고, 건설산업 분야에 고도의 과학적 기술력이 가미됐다. 인텔리젼트 빌딩(IBS)이라는 지능형 빌딩이 급속히 증가했다.
◎국내업체 시공능력/초고강도 철골조 고압 압송장비 등 선진국에 안뒤져/첨단설비 관리분야 일부기술 보완시급
국내 건설업체의 초고층 건물 시공능력은 선진국과 비교해 결코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건설 전문가들의 견해다.
21세기 초고층 건물의 시공기술은 단순히 높이를 극복하는 것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건축에 들어가는 비용과 생산적 요소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따져야 한다. 쾌적한 첨단 하이테크기능을 완비한 빌딩을 지을 수 있느냐가 초고층 빌딩의 핵심 시공기술이다.
이미 삼성, 현대, 대우, 쌍용 등은 해외건설 현장에서 충분한 시공 능력을 인정받았고 초고층 빌딩 건축 추진팀을 별도로 두고 있다.
초고층빌딩 건축에 꼭 필요한 고압 압송장비나 대형 크레인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바닥 구조물과 설비 관련 파이프 등을 지상에서 조립후 통째로 각 층에 직접 올려 연결 부위만 조립하는 공법을 사용, 공기를 단축하고 품질향상을 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초고층 빌딩은 건물 자체가 갖는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커다란 기둥이나 벽체를 세우다보면 구조부가 너무 커져 건물 이용도가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일반 건축물에 사용하는 것보다 2∼4배의 강도를 지닌 콘크리트나 철골도 개발돼 기둥이나 벽체에 의해 유효면적이 감소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 능력도 보유, 시공기술에 따른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부족한 분야는 건설관리기술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의 성패는 빌딩의 경제성, 운영관리시스템 등에 달려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은 건설관리기술 능력 배양에 힘써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첨단 설비기술의 보완도 요구된다. 초고층 건물은 건물 자체 무게와 실내 장비 등의 무게로 인해 사람의 눈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세한 수축현상이 일어난다. 63빌딩의 경우 15∼16㎝가 낮아질 정도여서 이런 점을 고려치 않고 마감공사를 하다보면 큰 낭패를 보게된다. 따라서 미리 수축량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 쾌적 공조시스템, 수평수직이동이 가능한 엘리베이터 시설 등 첨단 설비기술을 충분히 확보할 것이 요구된다.
◎건축법 개정필요성/승강기 설치기준 면적 산정방식 등 대부분 손질해야/“현행 건축법은 위반해야 시공”
지난달 28일 대한건축학회가 주최한 초고층빌딩 심포지엄에서 『현행건축법 테두리내에서 1백층이 넘는 빌딩을 설계한다면 상당부분을 법을 위배해야하거나 아예 적용이 안되는 내용이 많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현재 국내 현실에서 초고층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국내에 들어설 초고층빌딩에 적용될 법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건축법을 대폭수정해 합리적인 초고층 건축이 가능토록 조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건축학계 등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현행 건축법 조항은 ▲건축면적 산정방법 ▲피난층 및 계단의 설치기준 ▲헬리포트 설치 기준 ▲승강기 설치기준 등이 다.
이들 건축법 관련 조항 뿐 아니라 구조·건축재료 등의 분야에서도 초고층과 관련, 특별히 연구를 통해 법을 손질해놓지 않으면 1백층 가까운 초고층 빌딩 건설은 사실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들들어 현행 건축법에는 6층이상 3천㎡이하 건축물에는 엘리베이터를 1∼2대, 3천㎡초과시 증가면적 2천∼3천㎡이내마다 1대의 비율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
이법대로 할 경우 초고층 빌딩은 6층이상의 바닥면적이 엄청나게 커져 엘리베이터 대수도 많아져야한다. 이로인해 1층공간은 대부분 엘리베이터실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실제 사용공간은 매우 협소하게 돼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현재 우리건축법에는 엘리베이터를 맨윗층까지 직통으로 설치토록 돼있으나 1백층 가까운 초고층에서는 설치도 불가능할 뿐아니라 효용성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초고층 빌딩에서는 셔틀버스 크기의 엘리베이터가 중간층까지 실어나르고 다시 여기서 엘리베이터를 교체해서 사용하게 된다. 이런 유형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규정도 이에 맞춰서 다시 개정되야 한다.
일본의 경우 지금부터 34년전에 이미 건축법 개정을 통해 초고층빌딩을 수용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때 일본은 용적제 도입, 높이제한 철폐 등을 단행했고, 초고층빌딩 건축의 경우 일반 건축법규의 제한과는 다른 「특정가구」 「종합설계제도」 「고도이용지구」 등의 예외적 적용을 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 역시 1960년도에 각종 법률정비를 통해 합리적인 초고층빌딩이 가능토록 장려했다.「용적율과 밀도 보너스」제도를 도입해 대지에 광장이나 공개공지를 많이 확보한 건축물일 경우는 높이를 더 높일 수 있도록 해주는 등 인센티브제는 우리나라도 도입해 볼 좋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특별취재반=박영신 성종수 유찬희 정재홍 전광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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