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해외지점들이 방만·무능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글로벌 전개는커녕 본점의 부담만 키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국내 은행 전체 해외점포 감사 실시 내역 및 손익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 해외지점 21곳이 대규모 적자를 냈다. 지점장 횡령사건이 발생한 국민은행 일본 도쿄지점은 5,433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적자규모가 2,204만달러에 달했다. 국책은행도 예외가 아니어서 산업은행 브라질지점은 4,007만달러 적자였다.
은행 해외지점의 실적이 이처럼 형편없는 것은 무책임 경영과 후진적 시스템 때문이다. 산업은행 브라질지점은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마구잡이 대출을 해줘 부실을 키웠다고 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중이 무려 56.86%에 이른다고 하니 은행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하다. 국내 은행들의 전체 부실대출 비율이 1.7%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황당무계 자체다.
해외지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감독이 느슨하다 보니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할 수밖에 없다. 각 은행이 금감원에 제출한 내부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모든 은행 해외지점들은 지난해 평균 5건 이상의 지적을 받았다. 지적사항 가운데는 공금 횡령, 법인카드의 개인용도 전용 등 직원들의 비리·부패와 관련된 게 상당수였다. 은행들이 해외지점을 고생한 직원들이 잠시 쉬다 오는 곳 정도로 여기니 경쟁력이 생길 수 있겠는가.
이같이 영업력이 형편없다 보니 해외지점의 주고객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코리아타운을 맴돌면서 국내 업체를 상대로 제 살 깎아먹기식 금리경쟁만 벌이는 것이다. 시장개척이라고 해봤자 동남아시아 등에서 위험한 고금리 대출장사를 하다가 부실대출에 노출되는 게 고작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은행과 함께 감독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횡령사건에서 보듯이 평소에는 손 놓고 있다가 사고가 난 뒤에야 부랴부랴 땜질 처방에 나서는 게 그간의 관행이다. 적극적인 사전감사를 통해 부실이 드러난 해외지점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할 것이다. 방만경영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가 본점의 증자를 받고 겨우 연명한 산업은행 브라질지점 같은 사례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을 방치하는 건 금융업 공멸의 지름길이다.